대법원장 휘하에서 사법행정을 주관하며 사법부 ‘브레인’으로 불렸던 기조실은 최근 각종 판사 뒷조사 문건 등을 생산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원 추가조사위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 발표 후 법원행정처 개편과 ‘상근 판사 줄이기’ 등을 개혁 방안으로 제시했다.
법원 관계자는 “기조실의 인원 규모를 축소하고 대외 업무 권한을 다른 실ㆍ국 등으로 분산하는 방안 등에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라며 “최종 밑그림은 사법발전위원회에서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사법정책실, 사법지원실도 일각에서 ‘통합’이 거론되는 등 개편 타깃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1년 이후 4국3실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법원 행정처가 인원이 축소된 ‘3국3실’ 체계로 몸집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뒷조사 의혹 기조실, 개혁 1순위 지목
'4실3국→3실3국' 개편 가능성도 제기
법원행정처 몸집 줄이기 나서지만...
일부 요직엔 '코드 인사' 전망도 나와
10여명 안팎의 위원으로 구성될 이 위원회에는 변호사, 교수, 시민단체 등 외부 인사도 다수 참여한다. 위원회에서 각종 사법 개혁 초안을 짠 뒤 대법원장에게 ‘건의’하는 방식인데 법원 안팎에서는 사실상 김 대법원장이 ‘외부 칼’을 이용해 법원 내 민감한 환부를 손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전직 판사는 “외부 인사들의 힘을 빌리는 방식 만으론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김 대법원장이 추진하려는 상고심 개선방안 등 각종 현안들과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선 법원행정처를 요긴하게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코드에 맞는 인사들로 진용을 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과거 사법부 개혁을 중점 과제로 내세웠던 이용훈 대법원장(2005~2011년)도 김종훈 비서실장, 이광범 사법정책실장, 이용구 송무심의관을 주축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취임 초기 법원행정처 축소 등을 추진했지만 임기 말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법원행정처를 강화했단 평가를 받았다. 사법 개혁이 추진되는 와중에 오히려 법원 내부의 ‘사법 관료화’가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이 기구는 판사 뒷조사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통한 법원 논란의 ‘자체 수습’에 초점이 맞춰 있다. 검찰 수사 등 ‘외부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지만 법원 안팎에선 지난해 활동한 진상조사위(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 올해 추가 조사위에 이어 “재재(再再) 조사위 구성만 반복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와 맞물려 사법행정 과정에서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법관회의 상설화’도 추진되고 있어 사법행정의 축이 외곽, 외부로 과도하게 쏠리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향후 PC 재조사 등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일단 판사 뒷조사 의혹 관련자 조사, 문책 등을 통한 ‘자체 봉합’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겠느냐”며 “법원행정처 개편 등 법원 내부 개혁은 사법발전위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장기 과제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