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 내 인생의 다섯컷 ⑲ 송미옥
한국 사회에서 '58년 개띠'는 특별합니다. 신생아 100만명 시대 태어나 늘 경쟁에 내몰렸습니다. 고교 입시 때 평준화, 30살에 88올림픽, 40살에 외환위기, 50살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고도성장의 단맛도 봤지만, 저성장의 함정도 헤쳐왔습니다. 이제 환갑을 맞아 인생 2막을 여는 58년 개띠. 그들의 오래된 사진첩 속 빛바랜 인생 샷을 통해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봅니다.
태백에서의 생활은 가난하고 처절한 시간이었지만 1남 1녀의 웃음소리에 그래도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남편은 쉬지 않고 탄을 캐러 출근했고 나는 아이들을 키우며 재택일감으로 밤새도록 뜨개질을 하면서 '전기세 1000원 이상 내지 않기' 계획을 6년 넘게 성공하며 빚을 갚아 나갔다.
아이들은 서울서 공부시킨다는 목표로 열심히 일하여 빚을 다 갚고 1988년 내 나이 31살에 서울로 단칸방을 얻어 이사했다. 지방에서 올라오면 모두 지하 셋방부터 시작한다는데 우리는 지상 방이라며 성공한 거라고 아이들을 끌어안고 웃었다.
다행히 일이 잘되어 날마다 코피를 쏟고 밤을 새우는 게 일상이었으나 내 일이라 몸이 아파도 기운이 났고 아이들이 잘 커 주어 힘이 하나도 안 들었다. 밤이나 낮이나 일만 했다. 아이들은 공장 옆에 칸막이친 작은 방에서 엄마 목소리만 안고 자기들끼리 잤다.
열심히 일한 보람으로 상경한 지 3년 만에 1억원을 주고 공장 옆에 있는 작은 연립주택을 샀다. 아이들과 100평짜리 타워팰리스를 산 듯 방마다 들어가 불러보고 발뼘을 재며 숨바꼭질을 했다.
최고의 환란 때인 IMF도 우리 공장은 잘 넘겨서 돈 벌어 모아 두었던 금도 다 내어놨던 기억이 선하다. 그때 돈이 모이면 아파트를 분양받고 땅을 사고 했으면 지금은 어떻게 변해 있을는지 몰라도 재테크의 개념이 부족했던 우리는 버는 만큼 공장을 늘리고 기술에 투자했다.
사진은 네온 사진 가게를 하던 당시 모습이다. 20년간 삶의 중심이었던 30~40대를 몽땅 보낸 시간이다. 종일 혼자서 유리관을 들고 입으로 바람을 넣어가며 창작활동을 했다. 실은 도안 모양대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도 남편과 나는 힘들고 바쁘게 사는 틈틈이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 요즘같이 콘도나 펜션은 꿈도 못 꾸고 라면 몇 개에 텐트를 둘러메고 떠나곤 했다. 다 큰 아이들은 지금도 그때 이야기를 하곤 한다. 자기네 인생에서 부모님과 함께했던 여행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가장 잘한 일은 20살이 넘는 아이들의 손을 놓아버린 일이다. 아이들은 지독한 외로움과 온갖 삶의 쓴맛을 보며 미래의 삶을 진지하고 멋있게 설계해 나갔다.
나는 젊어서 고생은 삶의 기로에 섰을 때 오뚝이 같이 일어설 힘을 준다고 믿는다. 가난한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빨리 세상 속에 던져놓고 그윽하게 바라봐 주는 것이라고 지인들에게 늘 말한다.
그땐 주말부부가 유행이었는데 남편은 공기 좋은 시골로 내려가서 남은 시간을 보냈으면 했다. 아이들이 아직 자립이 안 된 터라 나는 공장을 유지하면서 주말부부로 살 것인가, 정리할 것인가를 두고 망설이다 아이들을 버리고 남편을 선택했다.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인 것 같다.
내 인생의 어리고 젊은 시절은 말할 수 없는 아픔과 외로움의 시간 속이었으나 나를 아는 지인들은 지금의 나를 한국의 평범하면서도 가장 성공한 할머니라고 추켜 세워준다. 직장이 있고, 두 자녀 모두 결혼을 시켰고, 할머니가 되었으며, 지금 혼자 산다는 거다.
지금의 삶은 60년의 긴 시간 속에서 함께한 온갖 시련과 아픔, 기쁘고 행복했던 많은 시간으로 다져진 발자국이다. 다시 시작하는 무술년 새해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사는 날까지 내게 주어진 어떤 삶이라도 겸허하게 끌어안고 또 헤쳐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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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 대상: 58년생(본인은 물론 가족·지인 응모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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