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와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남도의 작은 고장 강진의 연결고리는 조선을 서방에 알리게 된 책『하멜표류기』를 쓴 헨드릭 하멜(1630~92)이다. 네덜란드 호르큼시(市) 출신인 하멜은 동인도회사의 선원으로 1653년 7월 일행과 함께 상선을 타고 대만에서 일본으로 항해 중 태풍을 만나 그해 8월 제주도에 표착했다. 36명의 하멜 일행은 조선에서 13년여간 억류됐다가 일본을 거쳐 본국으로 돌아갔다.
360여 년 전 인연의 끈을 다시 잇자고 손을 내민 것은 네덜란드였다.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측은 1996년 1월 강진군에 하멜의 고향 호르큼시와의 교류를 제안했다. 강진은 하멜이 7년간 머물렀던 곳이다. 두 지역은 98년 10월 정식으로 자매결연을 하고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하멜을 계기로 올해로 21년째 계속되는 특별한 관계다.
하멜이 1656년부터 63년까지 지냈던 강진에는 그의 흔적이 남은 곳들이 있다. 강진 병영마을 한 골목 옛 담장(등록문화재 제64호)이 대표적이다. 돌을 비스듬히 세워서 쌓은 뒤 그 위에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돌을 세워 쌓는 빗살무늬 형태의 돌담으로 전통 네덜란드식이다. 하멜 일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에는 『하멜표류기』에도 등장하는 은행나무(수령 800년 이상 추정)도 있다. 하멜 일행은 이 나무 아래에서 쉬며 고국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하멜은 강진의 중요한 관광 자원이다. 하멜기념관은 하멜과 관련된 여러 볼거리가 전시돼 있다. 기념관 입구에서는 150㎝ 크기의 하멜 동상이 관광객을 반긴다. 하멜의 고향 호르큼시가 기증한 것이다. 호르큼시 하벤데이크 거리에는 같은 형태의 동상이 있는데 이를 축소한 것이 하멜기념관 입구 동상이다. 기념관 내부에는 수저·접시 등 하멜이 썼던 생활용품과 네덜란드 전통 나막신 등 볼거리 2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원본을 복제한 『하멜표류기』도 있다.
강진군은 병영면 일대에 ‘하멜길’도 조성했다. 하멜의 흔적이 있는 장소를 둘러보는 한 골목길(총 길이 2.4㎞)과 하멜 일행이 각종 노역을 했던 조선시대 육군 총 지휘부 병영성을 걷는 병영성길(1.2㎞) 등 2가지 코스다. 길 곳곳에는 과거 하멜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캐릭터가 세워져 있다.
조선시대 제주도 표류한 하멜 강진 병영서 7년간 생활
네덜란드 대사관 제안으로 고향 호르큼시와 강진 교류
강진에 하멜 흔적…하멜기념관 중심으로 하멜촌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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