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지난해 12월 초 길을 가다 차에 치여 왼쪽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다른 병원에 입원했다가 세종병원이 물리치료를 잘한다고 해 지난해 말 옮겼다. 이씨는 사망자가 많이 나온 2층에 입원해 있었다. 그는 가족들에게 전화 한 통 못하고 떠났다. 오전 9시가 다 돼서야 가족 가운데 가장 먼저 남편이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다리 다쳐 2층 세종병원에 입원했던 35세 주부
10년 넘게 일하며 뇌병변 아들 곁에 두고 치료
결혼 15년차 남편 다정했던 사진 보여주며 통곡
유족 “희생자 많은 2층 구조 왜 늦었나” 토로도
문씨와 이씨는 12살 차이의 띠동갑이다. 14년 전 결혼했다. 문씨는 지인 소개로 만난 이씨를 보는 순간 귀여운 외모에 반해 몇 달을 구애했다고 한다. 아내와의 첫 만남을 얘기하자 딱딱하게 굳어 있던 문씨 얼굴에 언뜻 미소가 묻어났다.
문씨가 휴대전화에 저장된 가족사진을 보여줬다. 서로 볼을 대고 이를 드러내며 웃는, 행복한 모습의 사진이었다.
장애인 시설에 맡기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이씨는 10년 넘게 식당에서 일하며 아들을 곁에 두고 통원치료를 해왔다. 지인들은 “일하랴 아들 돌보랴 이씨가 힘든 일상을 보냈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쾌활한 모습이었다”고 기억했다.
2년 전쯤 교육을 위해 특수 시설에 아들을 맡겼다. 엄마에게 유난히 매달리던 아들은 27일 아침에야 엄마의 사고 소식을 들었다. 이씨 어머니는 “손자 상태가 걱정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주말 외출은 일주일에 세 번 서울과 밀양을 오가며 화물차를 운전하는 문씨에게 힘든 일의 피로를 잊게 하는 즐거움이었다. 문씨는 그런 주말을 하루 앞두고 사고를 당해 더욱 비통하다고 했다.
27일 소식을 듣고 지인들이 드문드문 빈소를 찾았지만 문씨는 아직 장례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사체검안서가 나오지 않아 입관을 하지 못한다. 유가족들은 “세종병원 2층에 환자가 많았는데 왜 옆 건물인 요양병원과 세종병원 3·5층 구조에만 집중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문씨는 “아내를 다시 본다면 오래오래 같이 있자고 말하고 싶다”며 다시 울먹였다.
밀양=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