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므누신의 발언과 트럼프의 뒤집기를 액면 그대로 봐선 안 될 것 같다. 미 재무장관이란 자리의 무게로 볼 때 약달러 카드는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해 주요국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으로선 관세장벽을 쌓는 데 이어 달러 가치까지 떨어뜨리면 미 제조업 전반에 걸쳐 가격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럴수록 한국 경제는 궁지에 몰린다. 트럼프는 이미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삼성·LG 세탁기에 최고 50%, 태양광 패널에 최고 3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므누신의 발언은 미국이 관세에 이어 ‘환율장벽’까지 높이려는 유혹에 빠져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전통적으로 강달러 정책을 추구해 온 미국은 무역적자가 극심해지자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달러 가치를 크게 떨어뜨린 적이 있다. 이에 비춰 보면 미국의 약달러 유혹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비롯한 미국의 통상 공세에 맞서고, 국내 기업들은 제품 및 마케팅 혁신으로 이 파고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