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환수제가 확정되면서 재건축 시장은 부담금 공포에 빠졌다. 한국감정원의 시뮬레이션이 큰 역할을 했다. 국회를 통과한 환수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5월 10일 한국감정원은 부담금이 강남권에 조합원당 최고 1억88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국 7개 단지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했다고 했다. 강남권 3개 단지 외에는 개발이익이 적어 부담금을 낼 단지가 없었다.
정부, 최근 강남권 평균 4억4000만원 재건축부담금 예고
2006년에도 최고 1억8000여만원 나올 것으로 예상
재건축부담금 변수 많아 추정하기 어려워
세부 기준 없어 조합원별 배분 난제
부담금은 양도차익에서 필요경비로 공제
보유 주택수 상관 없이 부담금 기준 동일
12년 전 최고 1억8800만원 재건축부담금 예고
강남권 일부 대상 단지가 공개됐다. 송파구 잠실5단지가 1억8800만원이엇다. 조합원당 개발이익은 6억3000만원에 달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한양은 4300만원이었다. 환수제 시행 전의 사업 기간에 해당하는 개발이익은 제외돼 전체 사업 기간을 기준으로 하면 부담금이 잠실5단지 2억8200만원, 청담한양 1억5800만원이었다.
그뒤 한국감정원의 시뮬레이션은 '공포탄'으로 끝났다. 청담한양(현 청담자이)은 재건축을 서둘러 환수제를 피했다. 잠실5단지는 아직도 사업 중반을 넘지 못하고 조합 설립 단계다.
부과를 유예키로 한 2012년까지 실제 강남권에 부과된 재건축부담금은 2011년 송파구 풍납동 이화연립 재건축 단지가 유일하다. 조합원당 평균 34만원이다.
정부는 12년 전보다 훨씬 위력이 센 ‘부담금 폭탄’을 지난 22일 예고했다. 강남권 조합원당 평균 4억4000만원이고 최고 8억4000만원이다.
정부는 시뮬레이션 대상과 구체적인 산정 기준을 공개하고 있지 않은데 ‘너무 많다’는 게 업계와 재건축 조합들의 반응이다.
최근 경기도 과천에서 환수제 대상 주공 단지의 부담금을 계산해 본 정비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많아도 2억원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 발표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과천은 준강남권으로 불리며 재건축 시세가 크게 오른 지역이다.
부담금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준공 시점이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 부담금 추정은 사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부담금을 결정하는 변수가 모두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커서다.
경기도 성남시 한 재건축 단지 조합이 부담금을 조합원당 평균 1400만원으로 잡았다. 막상 준공 시점에 집값이 많이 내려가면서 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용산 소규모 연립 재건축에서 부담금 5500만원
그렇다고 정부가 시뮬레이션한 금액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부과된 부담금 중 최고 금액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연립 조합원당 평균 5500여만원이다.
한남연립은 2006년 4월 추진위를 구성해 2011년 11월 준공됐다. 기존 전용 44~66㎡이던 32가구가 전용 82~116㎡ 42가구로 탈바꿈했다. 5년 6개월간의 재건축 사업 기간, 공시가격 기준으로 8700만~1억2100만원이던 연립주택이 4억~5억6800만원의 아파트로 바뀌었다. 개발비용을 제외하더라도 3배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용산구 평균 집값 상승률은 60% 정도다.
강남권에서 충분히 억대의 부담금이 나올 수 있다.
- 재건축이나 재개발이나 비슷한 사업인데 왜 재건축에만 부담금 제도가 있나.
재개발에는 재건축에 없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건립 의무가 있다. 개발이익 환수 장치인 셈이다.
아직까지는 재건축에 가려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 않지만 재개발도 주택시장을 흔들면 초과이익환수제가 도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재건축 사업 동안 집값이 오르기만 하면 부담금이 나오나.
부담금이 나온다는 것은 집값이 그만큼 크게 올랐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밝힌 8억4000만원의 부담금이 나오려면 집값이 얼마나 올라야 하나.
“8억4000만원 부담금이 나오려면 부과율이 최고인 50%다. 초과이익이 1억1000만원이 넘는 금액에 해당한다. 부과율은 금액 구간별로 누진하는 구조다. 부담금 8억4000만원에 해당하는 초과이익은 17억5000만원이다.
초과이익이 이 정도이고 재건축 동안 오른 집값은 훨씬 더 많다. 상승한 전체 금액에서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정상가격상승분)을 빼고 남은 게 초과이익이다.
강남권 저층 단지들의 경우 고층으로 재건축하면서 일반분양분이 많이 나온다.”
- 집값 상승률이 높을수록 부담금이 많아지나.
예를 들어 평균 집값 상승률은 10%다. A단지는 40% 올라 3억원이던 집값이 4억2000만원이 됐다. B단지는 10억원에서 13억원으로 30% 상승했다.
A단지 초과이익은 7000만원[4억-(3억X10%)-3억원]이다. B단지의 초과이익은 2억원[13억-(10억X10%)-10억]이다.
A단지 부담금 부과율이 20%이고 부담금은 600만원(초과이익의 9%)이다. B단지 부담금은 6500만원(부과율 50%, 초과이익의 33%)다.
작은 주택형보다 같은 상승률에도 금액 차이가 훨씬 많은 큰 주택형의 부담금이 많다.”
- 준공 시점이 중요하다는데 무슨 말인가.
집값은 공시가격 기준이다. 일반분양분은 일반분양가다. 종료 시점 가격은 낮고 개시 시점 가격이 높을수록 부담금이 적다. 종료 시점의 공시가격은 예상하기 어려워도 개시 시점 가격은 알기 때문에 개시 시점 공시가격이 비싼 때부터 10년 뒤 준공하면 유리해진다.
환수제 대상이 되는 단지들이 빨라야 2022년 이후 준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10년 전인 2010년대 초반은 집값 약세로 재건축 단지 공시가격이 낮았던 때다. 가격이 많이 오른 2014년 이후를 개시 시점으로 잡으면 부담금을 줄일 수 있다.
투자 수요가 많은 재건축 단지는 일반 아파트보다 가격 변동 폭이 크다. 두 배 넘게 차이가 난다. 오를 땐 더 많이 오르고 떨어질 땐 확 내린다. 반포동 주공1단지 3주구를 보면 공시가격이 2013년 13.8%나 떨어졌다. 그해 전국 평균은 4.1% 내렸다. 지난해엔 전국 평균(4.4%)의 두 배가 넘는 9.7% 뛰었다.”
- 분양가상한제도 부담금에 영향을 주는가.
부담금은 줄더라도 그만큼 조합의 분양수입이 감소해 조합원이 사업비로 부담해야 할 추가분담금은 늘어난다. 조합원 입장에선 부담금을 좀 더 내더라도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게 낫다.”
- 부담금이 얼마일지 언제쯤 알 수 있나.
- 예정액대로 실제 부담금이 나오나.
부담금 산정의 중요 변수인 종료 시점 집값, 해당 지역 평균 집값 상승률 등이 너무 유동적인 상태에서 대략적인 추정일 뿐이다.”
- 언제 정확하게 알 수 있나.
최종 부담금은 준공 후 확정된다.”
- 개별 조합원 부담금은 어떻게 매기나.
재건축 전 갖고 있던 기존 주택이나 새로 분양받는 아파트의 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주택 자산 가치보다 너무 크거나 작은 집을 배정받을 경우 복잡해진다.
부담금의 개별 조합원별 배분은 풀기 쉽지 않은 난제가 될 것이다.”
- 준공 때 납부하나.
조합은 그 이전에 사전징수할 수 있다. 사전징수를 위해 관리처분 후 통장계좌를 만들면 된다.
관리처분 때 나오는 조합원별 예상 부담금을 추가분담금처럼 여러 차례 나눠 받을 가능성이 크다. 준공 후 한꺼번에 내면 조합원 부담이 클 것이다.”
- 초과이익이라는 게 집을 사고팔아서 손에 쥔 돈이 아니라 실현되지 않은 평가금액에 불과한데.
정부는 '미실현 이득에 대한 부과는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 헌법상의 조세개념에 저촉되거나 그와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의견을 부담금 입법 당시부터 미리 반영해 위헌 소지를 방지했다고 한다.”
- 재건축으로 분양받은 아파트를 팔면 이익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를 내는데 이중과세가 아닌가.
양도차익 10억원의 2주택자 양도세는 5억2000만원 선, 3주택 이상은 6억2000만원 정도다. 부담금을 4억원으로 보고 이를 필요경비로 반영하면 양도세는 각각 3억1000만, 3억7000만원으로 부담금의 절반 정도만큼 줄어든다.”
- 투자 목적이 아니고 집이 필요한 실수요의 1주택자에게 양도세 감면 같은 혜택이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