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게 속은 것 후회 … 국정원·경찰·민정수석 누구도 최씨 보고 안 했다”

중앙일보

입력 2018.01.26 01:57

수정 2018.01.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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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서 박근혜(얼굴)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최씨에게 속은 것을 뒤늦게 알고 크게 후회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경찰·민정수석 등으로부터 최씨에 대한 보고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왜 아무도 최씨에 대해 보고가 없었는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2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은 최씨가 자신에게 한 번도 삼성으로부터 말 등을 지원받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고, 본인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 정유라씨나 최씨를 지원해달라고 한 적이 없으며,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재단을 만들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는 세 가지 입장이 확고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유일한 대변인 격인 유 변호사가 언론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영하의 박근혜 대리 인터뷰
“국민에 충격·상처 준데 책임 통감”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9월 12일께 자신이 안가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적이 있다는 안봉근 전 비서관의 진술에 대해서도 “안 전 비서관이 뭔가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이 부회장을 처음 독대한 건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때”라고 밝혔다고 유 변호사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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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롭게 불거진 국정원 특수활동비 문제에 대해서도 유 변호사는 “집권 초에 ‘이전 정부에서도 청와대가 국정원 지원을 받아썼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고 박 전 대통령이 ‘그럼 그렇게 하시라’고 한 것뿐”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사용내역을 보고받은 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4일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상납받은 특활비 중 15억원을 차명폰 개통, 주사비 등 사적 용도로 썼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사적으로 썼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대통령 본인의 특활비가 있는데 국정원 특활비를 쓸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이 특별한 기억이 없는 것 같다”며 “대통령에게 보고한 건 모조리 대통령이 포괄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앞으로 대통령은 모든 범죄에 다 연루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이후 재판을 거부해 비판 여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유 변호사는 “법원이 법리재판을 하는 게 아니라 미리 결론을 내려놓은 정치재판을 하고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하며 “박 전 대통령이 향후 특활비 재판도 안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경위야 어찌됐든 최순실씨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상처를 준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탄핵으로 이미 정치적 책임을 진 사람을 다시 숨통까지 끊어놓겠다는 건 너무 잔인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김정하 기자 wormo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