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트럴파크’ 단독주택, 서울 재건축 아파트보다 더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2018.01.25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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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경의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와 인접한 서울 마포구 연남동. 지난해 초 3.3㎡당 2500만원 안팎이던 이 일대 단독주택 가격은 최근 3000만원 선까지 올랐다. 방 세 개가 있는 공급면적 102㎡(옛 31평)짜리가 9억원대에 나온다. 경의선숲길(연트럴파크) 주변 대로변에 있는 물건은 3.3㎡당 5000만원이 넘는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가격은 꾸준히 오르는 데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고 말했다.
 
마포구가 서울에서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남동이나 홍대 인근에서 리모델링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최근 아파트값이 뛰고 있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도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공개
카페·상가로 개조하는 수요 급증
1년 새 20% 상승, 매물도 적어
마포·강남·성동구 10% 안팎 뛰어
제주, 작년 이어 전국 상승률 수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토교통부는 이달 1월 1일 기준 전국 표준 단독주택 22만 채의 평균 공시가격이 1억3162만원으로 1년 전보다 5.51% 올랐다고 24일 밝혔다. 서울은 평균 4억3897만원으로 지난해보다 7.92% 상승했다. 전국과 서울 모두 2007년 각각 9.09%, 6.02%를 기록한 후 11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한정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저금리로 인해 풍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에 유입된 데다 재개발·재건축 등 개발사업으로 투자수요도 증가해 단독주택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표준 단독주택은 전국 개별 단독주택 418만 채의 가격을 평가하는 기준이며, 재산세 등의 세금을 매길 때 기초자료로 쓰인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집주인이 내야 할 세금도 느는 셈이다.
 
서울에선 마포구(11.47%)와 강남구(10.51%), 용산구(10.41%)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10%를 넘었다. 지난해 서울 재건축 아파트 상승률(12%)과 큰 차이 없는 수치다(부동산114 조사).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마포구의 경우 연남동 등 골목 상권이 젊은 층의 관심을 끌자 낡은 단독주택을 카페, 빵집 등 상가로 개조해 운영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성동구(9.58%), 서초구(9.39%), 송파구(8.13%)의 단독주택도 공시가격 상승 폭이 컸다. 반면 도봉구(5.01%)·중랑구(5.17%)·노원구(5.24%) 등 강북권은 서울 평균보다 상승률이 낮았다.


전국 시·도별로 보면 제주(12.49%)가 지난해에 이어 상승률 1위를 유지했다. 제2 공항, 영어교육도시 같은 개발사업이 호재로 작용했다. 다만 상승률은 지난해(18.03%)보다 둔화했다.
 
서울이 상승률 2위를 기록했고 도시철도 개통 이슈가 있는 부산(7.68%), 수성구 내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활발한 대구(6.45%)가 뒤를 이었다. 이에 반해 대전(2.74%)·충남(3.21%)·경북(3.29%)·충북(3.31%) 등은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표준 단독주택 중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1가구 1주택의 경우)은 1911채로 전체의 0.9%를 차지했다. 지난해 1277채(0.6%)보다 49.6%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종부세 부과 대상 단독주택 보유자 비율도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원종훈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재산세와 종부세는 누진 구조로 돼 있어, 공시가격 상승률보다 오름폭이 더 크다”며 “고가 단독주택의 경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부담이 지난해보다 확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보유세가 1년 전보다 40~50% 오르는 곳도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익명을 원한 한 세무사는 “정부가 현재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 등도 인상할 방침이어서 다주택자의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단독주택은=이날 공시가격이 공개된 표준 단독주택 중 가장 비싼 집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집이다. 지하 2층~지상 1층, 대지면적 1759㎡, 연면적 2862㎡ 규모로, 공시가격이 169억원이다. 1년 전(143억원)보다 18% 올랐다. 공시가가 가장 낮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의 연면적 33㎡짜리 주택(152만원)의 1만1000배가 넘는다. 그러나 이명희 회장의 주택은 표준 단독주택 22만 채 가운데 가장 비싼 것으로, 전체 단독주택 중 최고가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한남동 주택이 차지할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의 한남동 집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221억원이다. 이번 조사에선 표준지 공시가격 상위 10곳 중 7채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한남·이태원동)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국토부 누리집(www.molit.go.kr)이나 주소지의 시·군·구 민원실에서 다음달 23일까지 열람하고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면 3월 20일 다시 공시된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