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블록체인 투자펀드 ‘해시드’의 김서준(34) 대표가 되물었다. IT 기업 창업자에서 왜 블록체인 투자펀드 대표가 됐냐고, 블록체인을 왜 그렇게 강하게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시세보다 세계 곳곳에서 생겨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 주목하고 있다. 해시드는 국내 창업팀 5곳도 엑셀러레이팅한다. 전세계 블록체인들을 연결해주는 블록체인 아이콘(ICON)을 개발한 한국 기업 더루프, 개인 중심의 의료정보 플랫폼을 개발한 메디블록 등을 해시드가 돕고 있다. 지난해 ICO(Initial Coin Offering·코인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한 두 회사의 암호화폐는 1400종이 넘는 전세계 암호화폐 중 각각 16위, 95위(24일 현재 코인마켓캡 기준)에 오를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POSTECH에서 공부를 마치고 줄곧 IT 업계에서 일했다. 2012년 인공지능 수학교육 플랫폼 노리(KnowRe)를 공동창업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사업을 키웠다. 그러다 2년 전 이더리움 재단을 접했다. ‘단순한 기술기업은 아니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블록체인을 공부했다고 한다. 확신이 선 그는 국내외 기술기반 스타트업들에 엔젤투자(극초기 투자)하며 벌어둔 종잣돈까지 모두 모아 이더리움을 샀다. 김 대표는 “지금 그 이더리움으로 세상을 바꿀 블록체인 기업들을 육성하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블록체인 투자펀드 '해시드' 김서준 대표 인터뷰
"주주 이익만 극대화하는 현재 자본주의 진화해야"
블록체인에선 우버 기사ㆍ걸그룹 팬도 부(富) 공유
그가 블록체인에 빠져든 데도 그런 회의 때문이다. 김 대표는 “IT 기업 창업자라면 구글ㆍ아마존ㆍ페이스북ㆍ우버 같은 정점의 회사들을 동경하게 된다”며 “그런데 너무 커져서 오히려 사회에 위협이 된 그 기업들을 지향한다는 게 찜찜했다”고 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에도 그는 고개를 저었다. “우버의 기업가치가 수십조원이 되었다고 해서 우버 택시기사의 삶이 달라졌느냐”고 물었다. 우버가 성장하자 이 회사의 지분을 가진 벤처캐피털이나 주요 경영진은 갑부가 됐지만, 우버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우버를 쓰며 우버의 성장에 기여한 승객이나 운전기사들은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성공엔 내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기업 외부에 있는 사회 구성원들의 공헌도 반영돼 있는데 현재 주주 자본주의는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는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이 빠르게 크고 있는 상황에서 이 열기가 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게 전략을 짜야 한다 “고 말했다. 국내 블록체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열심이다. 지난해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블록체인 재단 10곳을 서울로 불러 모았다. 이더리움재단 설립자 비탈릭 부테린을 비롯해 ‘중국의 이더리움’ 네오, EOS, 카이버 네트워크 등이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의 본질을 이해하는 개발자들이 많아야 블록체인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좋은 창업팀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새로운 플랫폼이 만들어질 땐 항상 과열된 에너지가 있었다”며 “닷컴버블 때 인터넷 기업들에 과잉투자 했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그때 투자한 에너지가 페이팔과 구글 같은 기업을 만들어낸 것처럼 지금의 열기를 우리가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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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