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하는 애기, 처음으로 절대적인 사랑, 내 삶에 단 한번 앞으로 다시 없을 사랑.”
당대의 프랑스 지성계를 호령했던 44살의 거장 페미니스트도 18세 연하의 남성 예술가 앞에선 한없이 부드러운 로맨티스트였다.
클로드 란즈만 감독에 쓴 편지 65년 만에 공개
사르트르와 '열린 계약결혼' 도중 사랑에 빠져
"사르트르 사랑했지만 육체 관계 별거 없었다"
평생 동반자에 대한 '성적 불만' 드러내기도
편지엔 사랑에 빠진 여걸 사상가의 열정과 탐닉이 고스란히 배어났다.
“널 볼 때마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 말들을 결코 입 밖에 내진 않을 거야. ‘네가 좋아. 내 몸과 영혼을 다 바쳐 널 사랑해, 넌 내 운명이고 내 영원한 생명이야’라고.”
드 보부아르는 또 이 편지에서 란즈만의 품에 안겨 영원히 머물고 싶다면서 “평생 네 아내가 될 것”이라고 썼다. 란즈만이 첫 사랑이자 다시 없을 사랑이라는 고백도 덧붙였다.
란즈만은 만 26살 때 18살 연상인 드 보부아르를 만났다. 그는 당시 드 보부아르의 비서로 일했다.
란즈만을 만났을 때 드 보부아르는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05~1980)와 계약 결혼 관계였다. 이들은 1929년부터 반세기 동안 자유로운 연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각자 다른 애인을 두었고 그 관계를 숨기지 않았다.
드 보부아르는 “사르트르를 정말 사랑했지만, 난 그만큼 되돌려 받지 못했다”라고 썼고 “그와의 육체적 관계는 별거 없었다”고 밝혔다. 또 “그가 날 사랑해서 나도 그를 사랑했지만, 사실 서로 친밀하지 않았고 난 그에게 내 마음을 다 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드 보부아르는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선언한 철학서 『제2의 성』으로 프랑스 ‘성 해방 운동’의 선구에 섰다. 『제2의 성』은 출간 첫 주에 2만2000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고 1953년에 나온 영역본은 200만 부 이상 팔린 것으로 집계된다.
르 몽드에 따르면 이 편지가 공개된 것은 드 보부아르가 입양한 딸 실비 르봉 드 보부아르(77)와 란즈만 사이의 갈등 때문이다. 란즈만은 “실비 르봉 드 보부아르가 자신의 어머니의 삶에서 날 빼버리고 싶어 했다”면서 “편지를 공개할 마음이 없었지만 실비 르봉이 나를 뺀 채 어머니의 삶을 다룬 책을 출판하려는 계획을 알게 돼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가 죽은 뒤 이 편지들을 아는 사람이 없을까봐 두려웠다. 역사학자들이 이 편지들을 연구하게 하려고 예일대에 매각했다”고 덧붙였다. 란즈만 감독은 홀로코스트를 다룬 다큐멘터리 ‘쇼아’(1985)로 제15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로테르담상 수상한 바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