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만 캐셔 일자리 위협하는 무인매장 아마존고 정식 오픈
아마존의 새로운 실험으로 불리는 ‘아마존 고’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정식으로 문을 연다. 계산대 직원을 없애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돌아가는 마트이다.
2016년 12월 아마존 캠퍼스(본사) 1층에 문을 열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험운영에 들어간 아마존 고는 지난해 초 일반에 공개하려 했으나 기술적인 문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1년 여만에 비로소 정식 오픈하는 것이다.
시애틀 아마존 캠퍼스에 문열어
1년간 직원대상 시범운영 종료
마트와 식료품점에 큰 변화 예고
NYT 기자 "도둑질하는 기분이었다"
아마존고는 ‘줄 서지않고(No Lines), 계산하지 않으며(No checkouts), 계산대를 두지 않는다(No registers)’라는 ‘3 노(No)’ 정책을 표방한다. 스마트폰에 아마존고라는 앱을 내려받고 신용카드를 저장시키면 모든 준비는 완료된다.
이 상태로 마트를 걸어나가면서 앱에 저장된 신용카드를 통해 자동으로 계산되는 방식이다. 바구니에 담긴 물건을 원래 있던 진열대에 올려놓으면 앱의 장바구니에서 해당물건이 자동으로 삭제된다.
실제 마트에 들어서는 순간 천정에 설치된 수백대의 카메라들이 쇼핑객의 동선을 데이터화한다. 당초 안면인식 기능을 적용하려했으나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항이어서 동선인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에 각 진열대에 설치된 무게 센서가 카메라 영상과 합쳐지면서 아마존고 앱 사용자의 장바구니로 정확하게 들어가게 된다. ‘저스트 워크아웃’은 ‘그랩 앤드 고(Grab and go, 물건을 집어들고 가다)’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아마존의 허락을 받아 '몰래 가져나오기'가 가능한지 시험해봤다. 음료수를 선반에서 꺼내기 전에 봉투로 감싸서 몸에 숨기고 나오려고 했으나 결과는 '실패'. 무게 센서가 작동하면서 음료수 값 4.35달러가 정확하게 청구됐다. NYT 기자는 아마존고에서 물건을 집어들고 계산도 안하고 나오는게 "도둑질하는 기분"이라고 했지만, 실제 도둑질을 허용할 정도로 시스템이 허술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또 도둑질을 한다는 생각이 드는건 주변에 직원이 별로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와인이나 맥주를 살 경우 미성년자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직원이 상주하지만, 170㎡(약 50평) 크기의 마트는 전반적으로 3∼6명의 인원으로 운영된다. 즉석에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와 필요물품을 진열대에 옮기는 직원 정도다.
아마존의 이같은 실험이 주목받는 배경은 마트와 식료품점 운영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5월 현재 미국내 계산대 직원은 350만 여명. 이 가운데 90만 여명이 식료품점에 근무중이다.
아마존 고의 실험이 성공할 경우 이들 350만 여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된다. 게다가 아마존은 지난해 137억 달러(15조 원)를 내고 최고급 식료품 체인인 홀푸드를 인수한 터라, 아마존 고의 무인 계산대를 홀푸드에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아마존 측은 “아마존 고를 추가로 어디에 설치할지는 아직 논의하지 않았으며, 홀푸드에 이 기술을 추가할 계획도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의 분석 자료를 보면 아마존이 이같은 무인 시스템을 홀푸드에 적용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홀푸드의 평방피트당 투자 비용이 387달러인 데 비해, 아마존 고는 매장 크기에 따라 182~319달러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내 마트ㆍ식료품점의 평균 직원 수가 89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마트 점주들 또한 이같은 시스템을 무시하기 힘들다.
뉴욕포스트가 아마존 고를 가리켜 ‘차세대 일자리 없애기 대표 선수(the next major job killer)’라고 쓴 이유기도 하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