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점검단은 이날 오전 8시57분 차량을 이용해 경의선 육로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경의선 육로가 열린 것은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처음이다. 점검단은 오전 9시2분쯤 경기도 파주의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15분 만에 출·입경 절차를 완료했다. 이어 대형버스 2대에 분승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오전 10시23분 서울역에 도착했다. 이들은 KTX 4071편 8호차에 올라타 10시50분 강릉으로 향했다.
사복요원·현장통제 등 국빈급 경호
황영조체육관 7분 둘러본 현 단장
강릉아트센터는 2시간 꼼꼼히 점검
오늘 서울 공연후보지 돌고 귀환
북한 점검단은 오후 3시33분 황영조체육관을 먼저 확인했다. 명륜고교 안에 있는 황영조체육관은 관람석 1500석 규모다. 규모는 크지만 1998년 준공해 시설과 음향 등 장비가 낡았다고 한다. 현송월도 체육관에 들어간 지 불과 7분 만에 나왔다. 공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이날 시설 방문을 마친 점검단은 숙소인 스카이베이 경포호텔로 돌아가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남측 관계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는 숙소에서 두문불출했다. 북측 인사들은 바다가 보이는 호텔 19층 VIP룸 3개 객실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점검단에는 현송월과 함께 15일 예술단 실무 접촉에서 북측 대표로 나왔던 김순호 삼지연관현악단 행정부단장과 안정호 예술단 무대감독도 포함됐다. 이들은 강릉에서 1박한 뒤 22일 다시 KTX를 타고 서울로 이동해 후보지들을 방문할 계획이다. 남산 국립극장, 고척돔,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이 거론된다.
경찰은 서울역 일대에 9개 중대 720명을 배치했다. 현송월이 가는 곳마다 시민들이 몰렸고, 환영하는 박수도 나왔다. 현송월과 직접 대화해 본 강릉시 관계자는 “현송월이 ‘강릉 사람들이 참 따뜻하다’고 하더라. 스스럼없는 듯한 모습이라 놀랐다”고 했다.
수차례 방남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현송월은 옅은 미소만 보였을 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현송월 일행에게 질문을 계속하자 “협의된 바 없다. 불편해하신다. 질문 자꾸 하지 마라”며 접근을 막기도 했다.
◆남북 파견 일정 확정=금강산 남북 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 사전 점검을 위해 남측 선발대 12명이 23일부터 2박3일간 방북하는 일정이 확정됐다. 북한도 21일 통지문을 통해 윤용복 체육성 부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선발대 8명을 25일 2박3일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강릉=전수진·서울=유지혜 기자, 공동취재단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