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왜 ‘군사대국의 상징’ 항공모함에 집착하나

중앙일보

입력 2018.01.21 17:57

수정 2018.01.2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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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즈모함. [사진 야마다 타로]

‘일본이 항공모함을 보유해도 되는가’,‘ 아베 신조 총리가 항모 보유에 집착하는 건 항모를 앞세워 대국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인가’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호위함 중 최대급인 이즈모함(2만6000t급)을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한 항모로 개조하는 방안을 일본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내에서 이같은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도쿄신문 "무력시위로 문제 해결하는 나라 될 건가"
'전수방위와 배치' 주장 속 이즈모 개조 논란 확대

도쿄신문은 21일 "일본 정부는 이즈모를 항모로 개조할 경우 미군과 공동운영하는 방안을 상정하고 있다"며 "유사시엔 미군 전투기가 이착륙을 하고, 또 전투를 위해 발진하는 미군 전투기에 대한 급유 지원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과의 공동 작전 등을 명분으로 이즈모의 항모 개조를 추진하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은 당장 22일 시작되는 통상국회(정기국회)에서부터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항모 보유 자체가 헌법 위반이란 주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과거 국회 답변등에서 '적국을 궤멸적으로 파괴하기 위한 무기를 보유하는 건 평화헌법 9조등에 근거한 전수방위의 범위를 벗어난다'며 ‘공격형 항모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방어를 위한 항모는 보유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본 정부는 이즈모의 항모 개조를 검토하는 이유에 대해 "외딴 섬 방어에 있어서 부근에 육지나 공항이 없는 경우 항모에서 전투기를 발진시켜야 제공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미군 해병대용 스텔스 전투기인 F-35B가 갑판에서 수직 이륙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항모에 탑재하려 하는 미군의 F-35B 전투기의 경우 적 기지 공격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정부 관방부장관보를 지낸 야나기사와 교지(柳澤協二)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적의 잠수함을 경계하기 위해 헬기를 항모에 탑재한다면 전수방위의 논리가 유지되지만, F-35B는 적지를 침입하기 위한 전투기로, 이를 탑재한 항모를 보유한다는 건 전수방위 원칙을 벗어나 공격능력을 갖게 된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항모는 대국들이 무력시위를 통해 국가 간의 문제를 해결 지으려 할 때 사용하는 상징적 수단이었다"며 "항모 보유는 일본이 무력시위를 외교수단으로 쓰는 나라가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 전투기 부대 늘릴 것"=21일 산케이신문은 "현재 1개 비행대가 설치된 미야자키(宮崎)현 뉴타바루(新田原)기지에 1개 비행대를 증설하는 등 일본 방위성이 현행 12 비행대를 14 비행대 체제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전투기부대 증설안은 일본 정부가 올해 개정하는 방위력정비 기본 지침인 ‘방위계획 대강’에도 포함될 예정이다. 일본은 차세대 주력 전투기로 선정한 F-35A 스텔스 전투기를 이달 중 아오모리(靑森)현 미사와(三澤)기지에 처음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