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작가는 전에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책을 기획한 나에게도 그의 섭외를 요청하는 연락이 온다. TV, 라디오, 팟캐스트 같은 온갖 매체에서 그를 찾는다. 그런데 PD와 작가들이 반드시 전하는 말이 하나 있다. “책은 몇 권을 어디로 보내주시면 됩니다”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관례이려니, 하고 출판사에 책의 발송을 요청한다. 그러면서 책과 작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편성한 방송국에서 어째서 ‘도서구입비’를 책정하지 않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 된다. 편집자에게 물어보니 “아, 원래 그래요…”하는 답이 돌아왔다.
이름을 알 만한 방송국에서 고작 책을 구입할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출판사에 매번 “잘 소개해드릴 테니 책을 보내주세요”하는 것은, 식당에 들어가 “제가 잘…”하는 일부 파워블로거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이러한 구조 안에서 소속 PD와 작가, 기자들은, 출판사의 편집자들은, 작가들은, 모두 피해자가 된다. 책을 만들고 보내는 것은 ‘원래’, ‘당연한’,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방송사에서는 도서구입비부터 제대로 책정해야 한다. 몇 개의 프로그램을 편성하거나 개편하는 일보다 그게 더욱 책 읽는/만드는/쓰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길이 된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