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실탄 쏘며 추격전…만취한 차 도난범 "부부싸움 스트레스로"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지난 17일 에쿠스 차량 도난 사건
경찰, 경고방송 후 공포탄 이어 실탄 2발 쏴 피의자 검거
경찰관 2명 부상에 순찰차 등 경찰 차량 3대 파손 피해
부우우웅~. 에쿠스 차량은 오히려 속도를 올렸다. 유턴까지 하며 도주를 계속했다. 이 과정에 순찰차의 조수석을 충격했다. 순찰차에 타고 있던 김모(39) 경위가 갈비뼈 통증을 느꼈다.
경찰은 추격을 계속하며 인근 파출소와 경찰서에 차량 지원을 요청했다. 우산파출소 소속 순찰차와 광산경찰서 형사 기동차량이 합세했다.
탕! 순찰차에서 공포탄 1발을 발사해도 에쿠스 차량은 도주를 계속했다. 경찰이 이번에는 실탄 2발을 쐈다. 명중이었다. 운전석 뒷바퀴에 구멍이 났다.
형사 기동차량이 하남산단 내 사거리에서 에쿠스 차량의 정면을 가로막았다. 뒤쪽은 처음부터 추격했던 순찰차가 차단했다. 순찰차에서 내린 이모(57) 경위가 조심스럽게 접근하자 차량 절도 용의자가 다시 가속 페달을 밟았다. 결국 왼쪽 앞범퍼에 이 경위의 오른쪽 무릎이 골절됐다.
차량 절도 피의자 조모(36)씨는 이날 오후 10시50분쯤 결국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시동이 걸린 차를 훔친 지 약 3시간만, 경찰과 추격전을 시작한 지 35분 만이다. 경찰관 2명이 다치고 순찰차 등 경찰 차량 3대가 파손됐다.
경찰 조사 결과 무면허 상태인 조씨는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체포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인 0.212%였다.
조씨는 과거에도 공무집행방해를 한 적 있는 전과 20범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내려진 벌금 500만원을 내지 않은 수배자였다.
실탄까지 쏘게 한 심야 도난 차량 추격전의 배경은 황당했다. 조씨는 경찰에서 “부부싸움 후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경찰은 만취 상태로 일단 유치장에 입감한 조씨를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한 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