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미래역량 100인보’ ④교육계 인사가 말하는 미래 학교
이곳에는 전통적 의미의 숙제나 시험이 없다. 개인의 관심과 학습 능력에 따라 프로젝트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진다. 살만 칸은 학교 설립 취지에 대해 “사람은 각자 특성에 따라 배우는 속도가 다르다. 개념을 단번에 이해하는 학생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다. 늦게 배우는 학생이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 학교가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학습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가 학생 맞춤형으로 수업하면 뒤처지는 학생은 사라지고, 오히려 배움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더 생긴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주체는 사람
미래에도 교육의 중요성 커
현재 학교선 창의성·융합능력 못 길러
평가방식·교사역할·수업 다 바뀌어야
하지만 현재 학교 교육을 통해 이 같은 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미래학교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중앙일보가 인터뷰한 100명의 리더 중 시도교육감, 교육학과 교수 등 교육계 인사들은 “학교에서 미래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려면 현재와 같은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방식으론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화시대에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기 위해 자리 잡았던 암기 위주의 교육 시스템이 이제 그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금과 같은 주입식 교육은 학생들의 생각하는 힘을 약하게 만들어 창의력을 오히려 죽인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어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미래에는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아이들을 기계처럼 공부하게 하지 말고, 기계가 할 수 없는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역량을 개발하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 죽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방식으로 경험적 학습을 통해 이론을 적용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육 분야에서 수업개선에 대한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2015 개정교육과정을 통해 학생 참여 수업, 과정 중심 평가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문제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서울공업고 교사)도 “암기식으로 공부하고 정답이 있는 문제만 해결하다 보면 생각의 폭이 좁아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창의력이나 융합능력을 키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시험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가 변하지 않고는 학교 교육을 바꿀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옥령 청라달튼외국인학교 교장은 “학생들의 생활 방식과 생각은 이미 바뀌었는데 이를 지도하는 교사들의 생각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교사 먼저 과거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도 “교사들이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인식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교사는 학생의 미래를 준비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돕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교사 역할이 안내자·학습기획자·멘토 등의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미래 학교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공지능(AI)·로봇과 경쟁하며 살아가야 할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은 무엇이고, 그것을 기르기 위해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수능 절대평가, 교사 증원 등 지난해 논란이 된 교육이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해 당사자 간의 의견 대립이 주를 이뤘다. 정작 미래 시대에 맞춰 학교 체제와 교사 역할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해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