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취업 통한 계층사다리 실종
‘소액으로 대박’ 거래 뛰어들어
비트코인 급등락에도 발 못 빼
고교생·군인·회사원까지 가세 … “정부 규제보다 사회적 구제 필요”
“뼈 빠지게 2시간 야근하면 교통비로 딱 1만5000원이 나와요. 암호화폐는 밥 먹고 돌아서면 수십만원이 오르는데 이걸 포기하라고요?”
김씨는 “안 쓰고 ‘죽어라’ 하고 저축하면 1년에 3000만원을 모으는데, 20년을 모아야 겨우 서울시내에 작은 아파트 한 칸 마련한다. 생각만 해도 아득하다”고 말했다.
고교생부터 군인, 회사원까지 2030세대가 너나 할 것 없이 ‘코린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코린이는 암호화폐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투자자를 의미하는 ‘코인 어린이’를 줄여 부르는 별칭이다. 이들은 24시간 오르고 내리는 암호화폐 가격을 보며 환호와 탄식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지난해 말부터 투자를 했다는 서울 지역 대학생 박모(25)씨는 “아버지 세대에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 가면 ‘개천에서 난 용’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정부는 암호화폐를 규제하려 하지만, 젊은 세대는 생활의 구제를 원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열풍에 대해 전문가들은 압축성장기의 기성세대와는 달리 부동산 투자 의 기회도, 교육과 취업을 통한 계층이동의 사다리도 사라진 2030세대의 불안감과 세태를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유철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계급이동이 불가능한 사회가 되면서 ‘단기간 한 방’으로 역전을 노릴 수 있다는 생각이 코린이를 키웠다”고 말했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부의 세대 간 격차가 큰 상황에서 2030세대가 부동산·주식보다 코인 투자에 몰리고 있다”며 “정부가 충격 요법보다는 합리적인 규제 방안을 마련해 질 좋은 시장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상지·오원석 기자 hong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