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경찰은 이미 전 정부 시절인 2012년 1월에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결과를 토대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숙원이던 일반범죄 사건의 독자적 수사 개시와 수사 진행권을 법적으로 확보했다. 이번 개혁안은 더 나아가 검찰과 경찰이 모두 1차 수사를 하는 일반 범죄에 대해 1차 수사는 원칙적으로 경찰만 맡도록 한다.
경찰에 1차 수사권 몰아주는 개편
권한 오·남용 방지 수단 될 수 없어
정치권력의 간섭 차단책 우선돼야
시대정신에 부합하도록 논의 필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세 수사기관의 과거사 청산을 전제로 권력의 분산과 상호 견제를 추진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의 동기나 목표를 모두 과거사 청산으로 연결 짓는 것은 과도한 문제의식에 따른 오류를 범할 소지가 있다. 과거에 검찰·경찰·국정원에 의해 국민이 피해를 보거나 국민적 공분을 야기한 사례들을 보면, 기관 권한의 불균형 때문이 아니라 기관이나 그 구성원들의 권한 오용 또는 남용, 과잉의욕, 공복의식 부족, 인권 불감증에서 야기된 측면이 있다. 권한의 오·남용 사례 중에는 당대 정치권력의 입김 때문에, 또는 눈치를 살피느라 그렇게 된 경우가 많았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과거사에 대한 청산과 새 출발을 각 권력기관의 권한 재편과 견제 장치 마련으로 달성하겠다는 것은 이상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수사권의 분산과 재편이 권한의 오·남용 자체를 억제·방지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만약 검찰 특수부와 경찰 광역수사대 또는 지능범죄수사대가 서로 경쟁하듯 직접수사를 확대하거나 실적에 집착한 수사나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사를 강행한다면 법의 이름으로 국민에게 괴로움을 끼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수사는 범법자들만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고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억울하게 그 수사로 고초를 겪는 선의의 국민도 생기는 영역이다. 요컨대 권력기관의 개혁은, 그중에서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는 단순히 권한의 분산뿐 아니라 시대변화와 조류에 맞게 기업인의 배임죄 해석 등 형사사법 기능을 합리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또 상위 권력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사회적 정의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대정신에 맞게 피의자 인권 및 피해를 본 국민의 권익 보호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수사기관 개혁은 형소법이나 국정원법 등 여러 관계 법률을 모두 정비해야 하는 매우 복잡하고 힘든 작업이다. 지방선거가 목전인 상황에서 최근 출범한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짧은 기간에 합의를 이뤄 입법절차까지 진행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국회의 게으름만 탓할 것이 아니라 개혁안이 내실 있고 정교하게 이뤄지도록 국민들이 독려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논의가 겉돌게 된다. 무엇보다 수사기관 개혁에 있어 일차적 관건은 최고 권력자가 그 기관들을 입맛에 맞게 부리지 않겠다는 의지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석동현 변호사·전 부산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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