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윤 교육팀장
교육부의 갈팡질팡 행보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엔 수능 절대평가 개편안을 여론의 반발에 밀려 유예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정책을 밀어붙이다 자초한 결과다. 2014년부터 찬반 논란을 거쳐 마련한 초등 한자 표기 정책도 올 들어 은근슬쩍 폐기했다. 교육부 정책이 ‘불쑥 정책’ 아니면 ‘슬그머니 정책’이란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오죽하면 여권에서조차 교육부의 잇단 헛발질에 피로감을 호소하겠는가. “교육이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며 “교육부 장관은 정신 차려라”고 대놓고 질타할 정도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교육정책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만큼 충분한 여론 수렴과 당사자 간 협의가 긴요하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영어 수업 금지를 놓고 학부모 의견 수렴은커녕 부처·당정 간 협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는 우를 범했다. 그러니 정책을 휴지로 만드는 사달이 나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교육부는 차제에 내년 초까지 영어교육 전반의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번에도 어물쩍 ‘간보기’식 정책을 내놔선 곤란하다.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은 아니면 말고 식 실험 대상이 아니다.
성시윤 교육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