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등 썰매 종목 선수들은 살을 찌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언덕 위 출발점에서 언덕 아래 결승점까지, 경사진 트랙을 내려오는 썰매 종목에선 속도가 승부를 가른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중력과 원심력에 의한 가속도와 초반 스타트가 매우 중요하다. 강한 힘으로 밀고 나가거나 달려나가려면 체중이 무거울수록 유리하다. 이 때문에 썰매 선수들은 체중을 늘리려고 애쓴다.
동계 종목 선수 ‘고난의 체중 조절’
몸집 있어야 가속도 잘 붙는 썰매
윤성빈, 하루 8끼 1년 새 12㎏ 늘려
먹은 뒤엔 근육 키우기 지옥 훈련
가벼울수록 점프 등 유리한 피겨
49㎏ 김규은, 2㎏ 더 줄이기 ‘사투’
거식증 걸려 운동 접은 스타 많아
한국 썰매 종목의 개척자인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는 “단순히 체중을 늘리는 게 목표가 아니다. 지방을 빼고 근육량을 늘려야 하므로 단백질과 탄수화물 위주로 식단을 짠다”고 설명했다. 일반 성인남성의 근육량은 체중의 45% 정도인데, 전문 운동선수들은 55~60%다. 썰매 선수들은 많이 먹으면서도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육을 늘리는 것이다.
성봉주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는 “한국 썰매는 선수들이 워낙 없어서 먼저 썰매 조종 능력이 좋은 선수를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 다들 평범한 체격이었다. 발탁 후 단기간에 썰매 선수의 몸을 만들어야 해서 더 힘들었다”며 “외국에는 썰매 유망주들이 많아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체중을 관리받기 때문에 체중 스트레스가 덜하다”고 말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반대로 살 빼기 전쟁이 한창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5일 “피겨는 체중이 가벼울수록 연기에 유리하다. 미학적인 부분도 중요해서 많은 선수가 살이 빼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피겨 페어 국가대표 김규은(19)은 키 1m 61㎝에 체중 49㎏이다. 체질량지수(BMI)는 18.9로 표준이지만, 요즘 한창 다이어트 중이다. 그는 “피겨는 점프가 중요한데, 몸이 무거우면 점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특히 페어 종목은 남자 파트너가 들어 올리는 기술(리프팅)이 많아 여자 선수가 가벼울수록 좋다”고 전했다. 김규은은 올림픽 개막 전까지 2㎏을 더 뺄 계획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28)도 현역 시절 다이어트와 함께 살았다. 아침에는 한식, 점심은 과일과 샐러드, 저녁은 시리얼과 과일만 먹었다. 빵과 고기를 좋아하지만, 다이어트의 ‘적’으로 꼽히는 음식이라 먹을 수 없었다. 김연아는 당시 “야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도 했다.
이렇다 보니 식이장애로 고통받는 선수도 많다. 2014 소치올림픽 피겨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율리야 리프니츠카야(20·러시아)는 거식증 때문에 지난해 조기 은퇴했다. 리프니츠카야는 러시아빙상연맹 웹사이트에 “요즘 거식증은 흔한 병이 됐지만, 안타깝게도 이 병에 대해 모두가 맞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털어놓았다. 소치올림픽 여자 싱글 4위 그레이시 골드(23·미국)도 지난해 식이장애와 우울증 치료 때문에 평창올림픽 출전을 포기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