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양극화·고령화로 대별되는 뉴노멀의 시대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변혁으로 생산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삶이 축복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종착역이 어딘지 모르고 살고 있다. 올바른 ‘나’를 세우고 디지털 세상을 똑바로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은 없을까. 경제·경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의 가르침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아 나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잠재력을 끌어 올려보는 건 어떨까. 나를 방해하는 수많은 유혹에서 나를 지키는 힘도 키워보자. 혼돈의 시대 자아를 재발견하는 여정을 떠나는 이유다.
아흔 가까운 인생을 산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만인이 아는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다. 그는 ‘주식을 사기 전에는 스스로의 인생을 낭비했다’고 말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 주식시장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본 대부분의 사람은 영어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이 투자의 귀재는 투자에 대한 열정으로 인생을 살아왔다. 그럼 당신은 반문할 수 있다. 그가 돈의 노예였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진짜 그럴까? 세상에 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를 차치하고 그의 진정성을 살펴보자. 그는 주식을 통해 인생의 가치를 제대로 논하고 싶었다.
6살 무렵 껌과 콜라를 팔아 한 푼, 두 푼을 모은 꼬마가 있었다. 열 살 무렵 [1000달러를 버는 1000가지 방법(One thousand Ways to make $1000)]이란 책을 읽는다. 그리고 서른 다섯 살에 백만장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그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세계 부호의 반열에 일찍이 들어선 버핏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자, 이제 그의 투자법에 대해 담담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투자 철학을 들어보고 그를 판단하자. 그는 인생을 논하려면 자기와의 약속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주저 없이 말한다. 자존감을 세운 사람들에게 흔히 느껴지는 태도다. “나는 투자에 분명한 원칙을 둡니다. 성장주를 사는 데 15%, 가치주를 사는 데 85%를요. 15%는 피셔, 85%는 그레이엄이죠.”
투자에 대한 열정과 분명한 원칙
그는 투자 원칙에서 가치주에 더 많은 부분을 할당했다. 그의 투자 원칙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어쩌면 그는 신기루 같은 삶을 살기보다도 삶의 정도(正道)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오래 존속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가치를 삶에 투영하고, 질주하다 어디론가 사라져 없어질지 모르는 삶은 멀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자. 우리는 어떤 원칙을 지키며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있나? 그게 진정 우리 내면의 울림에서 세워진 원칙인가? 그런 원칙을 세우기나 한 건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지금 당장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라도 원칙을 세우자. 그게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처음에는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로 시작할 수도 있다. 좀 더 어려운 원칙에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거나 남이 가진 부에 미련을 갖지 않는다는 것도 포함할 수 있겠다.
버핏 이야기를 하기 전에 소설가이자 시인인 노벨문학상 수상자 독일의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를 잠시 생각해 본다. 그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소설 [싯다르타]의 장면을 떠올려 본다. 헤세는 누구나 그러하듯이 방황과 우울의 시간을 겪는다. 그런 힘든 시기를 경험하고 인생을 회고하며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싯타르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본성과 자아실현, 세상과 자신에 대한 사랑의 원리를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싯타르타의 의미있는 깨달음의 구절을 보자. “이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놓아둔 채 그 자체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리고 기꺼이 그 세상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죄악이 필요했고 쾌락과 욕심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았네. 그리고 사랑을 깨닫기 위해 가장 수치스러운 절망도 필요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아무 것도 부족함이 없는 싯타르타는 삶의 공허함을 느끼고 세상을 찾아 나선다. 깨달음을 뒤로 하고 세속에 다시 물든 그는 모든 것을 잃는다. 그리고 위의 이야기처럼 득도를 하게 된다. 자신이 집을 나온 후 태어나서 어머니의 사랑만 받으며 자란 아들은 거지꼴을 한 뱃사공이 된 아버지 싯타르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들에게 멸시를 받으며 그는 깨닫는다. 자신에게 그토록 잔인한 아들이었음에도 그를 미친 듯이 사랑하는 마음이 완전한 자아이자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돈 벌기에 몰두한 투자의 귀재는 한때는 남을 돕는 데 인색했지만 이후에는 기부에 앞장서고 사회공헌에 애쓰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버핏세’ 도입도 주장했다. 그는 2011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자신의 소득세 세율보다 20명의 부하 직원이 낸 소득세의 평균 세율이 두 배가 넘는다고 ‘양심선언’을 하면서다. 그건 미국이 자본소득세에 관대해서 나온 역설적 현상이다. 그래서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버는 부유층의 자본소득에 적용되는 실효세율이 적어도 중산층 이상의 세율이 되도록 세율의 하한선을 정하자는 게 버핏세의 골자다. 조세가 능력과 이익에 상응하는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의 생각은 평소 철학에서 비롯된다. 그의 신조를 들어 보자. “나는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돈의 원리를 터득하는 것과 돈을 버는 재미, 그리고 돈이 불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목표에 집중하라
버핏은 책과 여러 기사와 사유로 하루의 상당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사고하는 자세는 그가 나름의 삶의 철학을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차원이 다른 부자로서 느껴지는 그의 삶에 묻어나는 향기는 그냥 저절로 생긴 것이 절대 아니다. 그가 금과옥조로 느끼는 삶의 조언을 나열해 보자.
'오늘 누군가가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 건 다른 누군가가 오래 전에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좋은 평판을 얻는 데는 20년이 걸리고 평판을 망치는 데는 5분 밖에 안 걸린다. 이 점을 생각하면 여러분은 다르게 일할 것이다.’
‘나는 거의 매일 무엇을 읽으면서 긴 시간을 보낸다. 이건 미국식 비즈니스에서는 드문 일이다.’
‘만일 당신이 가장 운 좋은 인류의 1%에 해당한다면 당신은 나머지 99%에게 빚을 진 것이다.’
‘방대한 소유물은 종종 그 주인을 소유하게 된다. 내가 가치를 두는 자산은 건강을 빼고 말한다면, 그건 흥미, 다양성, 오래가는 우정이다.’
‘나쁜 사람과 좋은 거래를 할 수는 없다. 정직은 아주 비싼 선물이다. 싸구려 같은 사람한테서 받을 수 있다는 기대는 버려라.’
버핏의 조언을 듣고 있으면 그가 진정 천문학적인 돈을 번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한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그가 젊은이들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하는 것을 들어 보자. “나는 누군가를 고용할 때 세 가지를 봅니다. 성실성(Integrity), 지적능력(intelligence), 열정(energy)입니다. 스마트하다고, 열정이 있다고 세상을 다 잘 살 수 없습니다. 진실한 성실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똑똑함과 열정이 그냥 죽는 거죠. 여러분은 그래서 성실성을 담보할 습관을 잘 키워나가야 합니다. 습관의 힘은 생각보다 대단히 중요합니다. 지금 이 나이에 내게 골프 수업을 제대로 해준다고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요. 여러분 나이에 내가 골프를 열심히 했다면 좋은 골프 선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요.”
젊은 시절에 성실성 담보할 습관 길러야
그는 젊은 시절 노력하면 습관은 길들이기 나름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재무설계와 관련해서도 습관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 바 있다. 젊은 시절부터 재무설계를 제대로 하는 습관을 키워야 하는데 그는 일단 신용카드를 버리라고 강조한다. 신용카드 탓에 고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엉망이 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버핏은 많은 사람이 술과 차 입 때문에 실패하는 것을 보았다. 그건 잘못된 재무 습관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의 행동이다. 그는 똑똑하다면 돈을 빌리지 않고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용카드에 대한 이자율이 매우 높기에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신용카드 금리로 돈을 빌렸다면 파산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러분은 혹시 누군가에게 여러분이 좋아하지 않는 기질이나 특성을 팔고 싶은 생각을 해보셨나요. 그런 것이 너무 이기적이거나 해서 싫다면 과감히 버리세요. 정치인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도 벤저민 그레이엄도 10대에 그렇게 했어요. 벤저민 그레이엄은 주위를 둘러보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가 누구를 존경해야 할까요?’ 사실 그는 스스로가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말을 했던 것입니다. 그의 말을 계속 들어 보죠. ‘내가 왜 다른 사람을 존경해야 하나요. 내가 어떤 이유로 그들을 존경한다면, 다른 사람도 내가 비슷한 방식으로 행동하면 존경할 이유가 충분히 있지 않을까요?’ 맞는 이야기죠. 누구나 존경받는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벤저민 그레이엄은 그가 원하는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를 결심합니다.”
그는 모든 문제는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나 상황 탓에 쓸데없는 감정의 낭비를 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그래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당부한다. 아울러 삶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좋아하는 일을 주저함이 없이 하는 것임을 힘주어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그래야 에너지가 제대로 발산됩니다. 내 말은 능력이 된다면 남들이 바라는 사람이 되지 마시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상황 탓하며 감정 낭비 말아야
버핏은 지금은 힘들어도 10년 후 좋아질 것 같은 회사, 혹은 지금은 보수가 적지만 10년 후에는 열 배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 이런 회사는 절대로 선택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지금 즐겁지 못하면, 10년 후에도 마찬가지란 것이다. 10년 후 부자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 선택하고 싶은 직업, 그런 직업을 선택하라고 강조한다.
버핏은 그의 투자 인생을 시작할 무렵부터 하루에 600~1000페이지의 무언가를 읽었다. 지금도 그는 하루의 상당 부분을 무언가를 읽는 데 할애한다. 습관의 힘이다. 그는 그런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하는 일은 더 많은 사실과 정보를 모은 다음에 그걸 통해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듣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실을 얻고 그걸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600~1000 페이지 읽어
1. 돈을 잃지 마라 Never lose money - 우리가 손실을 보고 있다면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도 회복하기 힘든 것이다. 만약 지금이라도 전망이 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면 당장 벗어나야 할 것이다.
2. 낮은 가격에 높은 가치를 얻어라 Get High Value at a Low Price - 버핏은 양말을 사던 주식을 사던, 질 좋은 물건의 가격이 떨어졌을 때 사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3. 건강한 금전 습관을 형성해라 Form Healthy Money Habits - 가장 큰 실수는 저축하는 습관을 제대로 배우지 않는 것이다. 저축은 습관이다.
4. 빚을 피해라. 특히 신용카드를 피해라 Avoid Debt, Especially Credit Card De - 버핏은 다른 미국인들처럼 빚으로 인한 이자를 갚기 위해 일을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을 위한 일에 흥미를 가지면서 부를 축적했다.
5. 돈을 손안에 두어라 Keep Cash on Hand - 안전을 담보하는 데 주요한 방법은 현금 자산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이다. 버핏은 적어도 200억 달러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다. 이 예금이 버크셔 해셔웨이(Berkshire Hathaway)가 다른 기업이 휘청거려도 도산하지 않은 이유다.
6.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라 Invest in Yourself - 우리가 우리를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나 재능을 발전시키는 데 투자하면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다른 자산과 투자와 다르게 자신에 대한 투자에는 세금이 없다.
7. 돈에 관하여 배워라 Learn About Money - 위험은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무지할 때 발생한다. 버핏의 공식은 간단하다.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것이다. 이자가 복리로 붙는 것처럼 지식이 쌓일 것이다.
8. 포트폴리오에서 낮은 비용이 드는 인덱스 펀드를 믿어라 Trust a Low-Cost Index Fund for Your Portfolio - 버핏은 인덱스 펀드를 좋아한다. 버핏은 버크셔 해셔웨이 주주 서한에서 “돈의 10%를 단기 국채를 사는 데 쓰고 90%를 저가 S&P 500 인덱스 펀드를 사는 데 쓰라”고 했다.
9. 되돌려 줘라 Give Back - 당신이 억만장자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은 당신의 삶을 풍족하게 할 것이다.
10. 돈을 장기간의 게임이라고 생각해라 View Money as a Long-Term Game - 재무적 성공의 씨앗을 심고 기르는 것은 훗날 빚으로부터의 자유, 은퇴 후의 안정된 삶, 자녀의 대학 비용을 보장할 능력과 같은 삶의 즐거움으로 이어진다.
버핏은 인생에서 감사하는 태도와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그의 삶을 슬기롭게 살아간다. 그의 인생관을 보며 어떻게 그가 그를 사랑하는지를 보자.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즐깁니다. 나는 날마다 탭댄스를 추며 출근합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일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나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미래는 언제나 나를 흥분시킵니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은 돈 때문에 결혼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내 회사를 경영하는 게 즐겁습니다. 만약 인생을 즐기는 것이 자연 수명을 연장시킨다면 전설의 최고령자 므두셀라의 기록은 위험에 빠질 것입니다.”
“미래는 언제나 나를 흥분시킨다”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감사하는 법을 잊고 산다. 내가 갖지 못한 것, 내가 잘 못하는 것을 더 자주 의식하곤 한다. 현재 내게 주어진 것,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한 번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의 말과 글 속엔 인간적 소박함이 느껴진다. 삶의 체취와 정곡을 찌르는 언어는 그가 왜 존경받는 인물로 살아가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는 우리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인생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자신에 대한 투자에는 세금이 없다는 그의 말이 나를 사랑하는 법의 핵심이다.
조원경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
※ 필자는 연세대(경제학과)와 미국 미시간주립대(파이낸스 석사)를 졸업했다. 행시(재경직) 34회 출신으로 재무부·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에서 관세·물가·복지·국제금융·통상 등의 분야에서 일했다. 저서로는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경제적 청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