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적절한 이론적 틀은 ‘세의 법칙’이다. ‘공급은 자신의 수요를 창출한다’고 요약되는 이 법칙은 경제의 움직임을 명쾌하게 드러낸다. 시장에 재화를 공급하는 것은 거기서 얻을 수입으로 다른 재화들을 사겠다는 얘기다. 따라서 공급 과잉으로 인한 전반적 실업은 나올 수 없다. 19세기 초엽 프랑스 경제학자 장 바티스트 세가 발견한 이 원리는 한 세기 뒤 나온 케인스의 비판을 수용해 보다 정교한 형태로 다듬어졌다.
우리 삶에 깊이 들어온 인공지능
경제·사회·문화적 충격 불가피
전통 일자리 사라지고 정보 통제
인류 생존 위협하는 초지능 출현
생태계의 진화 현상 받아들여야
통제 안 되고 통제할 수도 없는 것
새로운 일자리들은 물론 인공지능이 대치할 수 없는 것들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따라서 매력을 높이거나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도움이 되는 일자리들이 늘어날 것이다. 미용, 건강, 의상, 장신구, 운동, 방송, 오락, 공연 예술의 빠른 성장은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인공지능의 경제적 영향은 당장엔 심각하지만 예측과 대응은 비교적 쉽다.
심리적 및 문화적 충격은 대처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인간의 노후화’는 어느 사이에 뚜렷한 추세가 되었다. ‘알파고 충격’이 가리키듯 인공지능과 경쟁할 수 없게 되면 사람들은 지능을 활용하는 창의적 활동들을 포기하고 본능을 좇아 육체적 향락에 탐닉할 수도 있다.
그런 전망 너머에 기술적 특이점(tech nological singularity)이 검은 구름장으로 걸렸다. 미국 과학소설가 버너 빈지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는 ‘초지능’으로 진화하면 사회의 근본 원리들이 뜻을 잃으리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렇게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을 특이점으로 간주했다. 초지능은 컴퓨터를 설계한 존 폰 노이만이 오래전에 예견했고, 다수의 전문가가 곧 실현되리라고 본다.
의식과 의지를 갖춘 초지능이 출현하는 과정에 관해서,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는 과학소설가들의 생각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단위 인공지능이 초지능으로 진화하는 길이니, 아이작 아시모프와 아서 클라크는 이런 견해를 대표한다. 다른 하나는 망(network)을 이룬 인공지능들이 뇌의 신경세포들과 같은 역할을 해서 거대한 초지능이 창발적으로 나오는 길이니, 로버트 하인라인과 버너 빈지는 이런 견해를 대표한다.
초지능은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다. 초지능이 출현하면 인류는 자주성을 잃고 궁극적 판단은 초지능이 내릴 것이다. 그리고 초지능은 지구 생태계의 복지를 궁극적 가치로 여길 것이다. 지금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서 독재적 종으로 군림하는 상황을 초지능이 용인할 리 없다. 적어도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몫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런 상황이 걱정할 일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은 인류와 지구 생태계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견해에 달렸다.
지금 확실한 것은 인공지능의 연구를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르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의 출현은 지구 생태계의 진화에서 나온 현상이므로, 인류가 통제할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설령 통제하려 해도 할 수 없다.
복거일 소설가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