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지난 9년간 보수정권 청와대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그렇지만 검찰이 의심하는 이명박 정부의 특활비 전용(轉用) 구조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대통령 요구로 특활비를 '상납' 받은 박근혜 정부처럼 직접 대통령을 겨냥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 압수수색
원세훈 원장 시절 특활비 전달 정황
검찰 관계자, "아직수사 초기일 뿐"
김 전 기획관은 자타 공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검사 출신의 김진모 전 비서관은 2009~2011년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때부터 손발을 맞춰온 김희중 전 실장은 2008년부터 4년간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이번 사건이 박근혜 정부 때와 달리 원 전 원장의 개인적 상납일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은 수사 초기 단계”라며 “우선은 원 전 원장의 개인비리 혐의를 보던 중 단서가 포착된 것일 뿐이며 계속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사항”이라고 말을 아꼈다. 일부 비서관들이 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을 뿐 다른 청와대 수석들과 이 전 대통령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MB정부 시절인 2011∼2012년 국정원 자금 200만달러(약 20억7800만원)를 빼돌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보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의 돈은 국정원 해외공작금인데, 검찰은 이 자금이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을 경유해 스탠퍼드대의 한 연구센터로 보내진 정황을 포착했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36억5000만원을 뇌물로 챙겼다고 결론내리고 박 전 대통령과 이재만ㆍ안봉근ㆍ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기소한 바 있다. 또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요구해 특활비를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미 구속수감 중인 원세훈 원장에 대한 검찰의 압박 수위도 더욱 높아졌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원 전 원장이 향후 국고손실 혐의 재판에서 유죄를 받을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 4일 추징보전 명령을 청구했다. 법원에서 추징보전이 받아들여지면 원 전 원장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부동산 매매·증여는 물론 주식 등 유동자산 역시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목적 외로 쓴 돈이 국정원 예산 65억원 상당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국고손실이 난 65억원에 대한 추징보전을 청구했고, 현재 원 전 원장 재산에서 해당 금액을 찾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논란과 관련,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청와대가 국정원 특활비를 갖다 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것은 물론 상당히 화를 냈다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목표는 뻔한 것 아닌가. 이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고야 말겠다는 것"이라며 "해가 바뀌어도 문재인 정권의 집요함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