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내셔널] 웰빙 바람 타고 농가 소득도 ‘상큼’ … 제주 레몬이 뜬다

중앙일보

입력 2018.01.12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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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비닐하우스. 8264㎡(2500평) 넓이의 내부가 향긋한 레몬향으로 가득했다. 제주에서 13년간 레몬 농사를 짓고 있는 오남종(58)씨는 “레몬은 한라봉보다 재배 소득이 2.6배나 높다”며 “레몬의 신선도와 맛 역시 한 달간 배를 타고 오는 수입산보다 월등히 좋다”고 말했다. 오씨는 10년 이상 짓던 감귤농사의 경쟁력이 떨어지자 새로운 작물로 레몬을 선택해 재배해 왔다.
 
제주에서 감귤 대신 레몬이나 아열대과수를 키우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잉생산 여파로 매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감귤을 대신해 다양한 품목의 과일로 다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수입산보다 비싸지만 신선해 각광
감귤 대체품종으로 재배 지속 증가
파파야 등 아열대 과일들도 인기
농업기술원, 작목 전환 적극 지원

제주도는 11일 “2016년 현재 10.5㏊인 제주레몬의 재배 면적을 2022년까지 배 이상 늘어난 26.5㏊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주의 감귤 재배면적에 비해 0.05%(10.5㏊)인 레몬 면적을 6년 안에 0.13%(26.5㏊)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2016년 말 기준 제주의 감귤 재배면적은 2만491㏊다.
 

지난 9일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13년간 레몬을 키워 온 오남종씨가 레몬을 수확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최근 레몬은 생레몬 과즙을 물에 타 만드는 디톡스(체내에 독을 빼내는 것) 음료 요법 등이 인기를 얻으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레몬 수입량은 2006년 4800t에서 2015년 1만7000t으로 10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제주산 레몬은 수입산보다 2배가량 높은 ㎏ 당 5000~7000원에 팔린다. 전문가들은 제주산 레몬이 수입산보다 비싸지만, 웰빙 열풍 속에 고품질의 신선한 상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져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제주에서는 연간 100t 정도의 레몬이 생산되고 있다.


레몬이 제주에서 재배된 것은 30여 년 전부터다. 일본에서 키워지던 레몬을 본 농가들이 제주에 레몬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게 시초다. 레몬은 나무 한 그루당 한 해 20~30㎏이 생산된다. 레몬 1개의 무게가 약 200g인 것을 감안하면 나무 한 그루당 최대 150개 정도가 열린다. 연중 꽃이 피어 열매는 1년에 6∼10번 수확하는데,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가장 많이 수확한다.
 
최근 제주에서는 레몬 외에도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인 아열대 과일 패션프루트, 식재료와 디저트로 사용되는 파파야 등 아열대 과일 재배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 지역의 경우 블루베리와 참다래·망고 등 아열대 과수 재배면적이 2009년 372.3㏊에서 2016년에는 516.6㏊로 38.8%(14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산량도 6420t에서 9892t으로 54.1%(3472t) 늘어났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아열대과수를 육성하기 위해 과수 묘목 보급을 희망하는 농가를 오는 20일까지 모집한다. 묘종은 리치·레드베이베리·올리브·아보카도·아떼모야·망고·파인애플 등이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또 수입 레몬을 대체하고 틈새시장을 겨냥한 제주산 레몬 재배 확대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작목 전환을 희망하는 기존 감귤류 농가를 대상으로 오는 20일까지 레몬 시범사업 대상자 신청을 받는다.
 
고승찬 제주도농업기술원 아열대과수계장은 “감귤에 치중했던 기존의 과수 재배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과일 생산을 위한 기술을 보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