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공개 캠페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에 대해 “남성들이 ‘마녀 사냥’ 식으로 매도되고 있다”고 비판한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75) 등 프랑스 여성들의 공개 편지가 각계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폭력과 유혹을 구분하지 않고 성폭력 피해자들을 능멸했다는 비판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카롤린 드 아스 등 프랑스 페미니스트 30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드뇌브 등 공개 편지 저자들은 하비 웨인스타인(할리우드 제작자) 성추문으로 촉발된 파문을 미봉하고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모멸감을 주고 있다”며 비판했다. 프랑스 공영라디오로 방송된 성명은 “문제의 글은 소아 성욕자나 성폭행 변호인들에게서 상습적으로 보이는 표현들로 가득 차 있다”면서 “드뇌브 같은 유명인들이 성폭력을 사소한 문제로 보이게끔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프랑스 여성 30명 성명 "성폭력 사소하게 보이게 해"
NYT 카툰 작가 "부유한 미모의 드뇌브, 공감대 부족"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미투 캠페인 참여자를 포함해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웨인스타인 성추문의 초기 고발자 중 한명인 이탈리아 배우 아시아 아르젠토는 “드뇌브 등 프랑스 여성들은 자신에게 내재화된 여성혐오 때문에 얼마나 멍청해질 수 있는지를 세상에 보여줬다”고 트위터에 썼다. 미국 소설가 라일라 랄라미도 “우디 앨런과 하비 웨인스타인 같은 남자가 여태 지탱해 올 수 있던 이유가 설명된다”고 비꼬았다.
드뇌브 등이 글에서 ‘지하철에서 닿는 행위 등이 그런 ‘사건’(성범죄)이 돼선 안 된다‘고 한 언급 또한 분노를 자아냈다. 뉴욕타임스 카툰 작가 콜린 도란은 트위터에다 “만약 드뇌브가 그렇게 미모가 뛰어나지 않거나 혜택의 거품 속에 사는 부유한 여성이 아니라면, 혹은 조금이라도 공감대가 있었다면 성희롱에 대해 다른 의견을 냈을 것”이라고 썼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인들은 르몽드의 기고문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마를렌 시아파 프랑스 여성부 장관(국가비서)은 프랑스퀼튀르 라디오에 출연해 "매우 모욕적이고 잘못된 것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당 대선 후보를 지낸 여성 정치인 세골렌 루아얄도 트위터에 "우리의 훌륭한 카트린 드뇌브가 이런 충격적인 서한에 동참했다는 게 너무 안됐다"고 적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