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일본과의 첫 대결에서 기록한 스코어다. 하지만 17년이 지난 현재 두 나라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위치는 정반대다. 평창 패럴림픽을 앞두고 벌어진 맞대결에서 한국이 9-1로 일본을 대파했다.
일본이 기증한 썰매 1대로 시작
지난해 4월 세계선수권선 동메달
패럴림픽 사상 첫 메달 기대 높여
한국 장애인하키의 아버지는 고 이성근씨다. 연세대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그는 척추를 다쳐 장애인이 됐고, 일본에서 장애인 하키를 처음 접했다. 장애인 하키는 양날이 달린 슬레지(썰매)를 타기 때문에 아이스슬레지하키라고도 불린다. 한 쪽은 픽(pick), 반대쪽은 날로 된 스틱을 쓴다. 픽으로 얼음을 찍어 달린 뒤 날로 퍽을 때리기 때문에 비장애인 경기 못지않게 빠르고, 힘차다. 퍽의 속도는 시속 100㎞를 훌쩍 넘는다.
이성근씨는 1998년 일본팀을 초청해 시범경기를 열었다. 그리고 다른 종목 운동을 하던 장애인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일본 선수단이 기증한 1대의 썰매를 토대로 최초의 한국 클럽팀인 연세 이글스가 만들어졌다. 2001년 타계한 고 이성근 감독의 뜻을 기려 전국장애인아이스하키 대회 이름도 '이성근배'로 붙여졌다.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가 급성장한 건 2006년 강원도청팀이 생긴 덕분이다.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유치전에 나서면서 강원도가 팀을 꾸리면서 직업 선수가 생겼다. 현재 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 강원도청 소속이다. 2010 밴쿠버(6위), 2014 소치 패럴림픽(7위)에도 출전한 한국은 세계적인 팀들과도 겨룰 정도로 수준이 올라갔다. 소치 패럴림픽에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최국이자 준우승을 차지한 러시아를 이기기도 했다.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테스트이벤트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캐나다(세계랭킹 1위)와 미국(2위)에 이어 동메달을 따냈다.
평창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목표는 사상 첫 메달 획득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8개국이 출전하는 패럴림픽에서 한국은 미국, 체코(9위), 일본(10위)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체코와 일본만 넘으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준결승 진출이 가능하다. 세계 최강인 캐나다와 미국을 꺾긴 어렵지만 동메달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