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은은 지난 여름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아픔을 참고 훈련하다가 후방십자인대까지 끊어졌다. 하지만 주사를 맞고 시합에 나갔다. 감강찬은 대학 진학까지 미루고 훈련에 전념했다. 두 사람이 모든 걸 쏟아부은 건 오직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남북 단일팀에 평창 꿈 무산 위기
자비로 2억 쓰며 캐나다 전지 훈련
주말·휴일도 하루 6시간 스케이트
개최국 쿼터로 티켓 확정했는데
최문순 지사 “페어는 북한팀 출전”
“우리가 있는지도 몰라 너무 슬퍼
남북 함께 나가 유니폼 교환 기대”
싱글 선수였던 김규은과 감강찬은 2015년 12월 페어 조를 결성했다. 감강찬은 전에 다른 선수와 페어 조를 해본 적이 있지만, 김규은은 페어가 처음이다. 둘이 의기투합한 건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었다. 김규은은 “7살 때 스케이트를 시작했다. 잘 탄다고 칭찬도 받았다. 그런데 중학교 때 키가 1년 사이 10㎝ 이상 급격히 자라면서 몸의 밸런스가 무너졌다”며 “달라진 몸에 적응하는 사이 다른 선수들에게 뒤처졌다. 그래도 올림픽 출전 꿈을 버릴 수 없어 경쟁이 덜한 페어 쪽으로 눈을 돌렸다”고 했다.
둘은 페어 조를 구성하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다. 감강찬 키가 1m72㎝, 김규은이 1m61㎝로, 둘의 키 차이는 11㎝다. 페어 조 치고는 차이가 너무 작다. 남자가 여자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리프트 기술을 위해선 둘의 차이가 20㎝는 돼야 한다. 거기다 감강찬은 먹어도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라 체중이 60㎏에도 못 미칠 때가 있었다. 힘이 달려 여자선수를 들어올리는 연기(리프트)를 펼칠 때 마다 애를 먹었다. 감강찬은 “신경 써서 많이 먹고, 웨이트도 열심히 해 근육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감강찬의 체중은 현재 71㎏. 체중이 40㎏ 후반대인 김규은은 “힘들어하는 오빠를 위해 살을 빼고 있다. 남은 기간 2㎏ 정도 더 감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규은-감강찬 조는 염대옥-김주식 조와도 친분이 있다. 지난해 2월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인사를 나눴고, 지난여름 캐나다 몬트리올에선 함께 전지훈련을 했다. 김규은은 “대옥이, 주식 오빠와는 몬트리올에서 김밥과 김치를 나눠 먹으며 친해졌다. 평창올림픽에서 다시 만나면 한국의 매운 떡볶이를 소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남북한이 단일팀 대신 각각의 대표팀으로 출전하면 이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감강찬은 “피겨도 경기가 끝나면 축구처럼 서로의 유니폼 상의를 교환한다. 일종의 기념인데, 올림픽 무대를 잘 마친 뒤 (김)주식이 형과 교환하고 싶다”고 말했다.
피겨 페어 김규은-감강찬 조
최고 점수
149.72점(2017년 9월)
※북한 염대옥-김주식 조,
최고 점수 180.09점(2017년 9월)
김규은
·출생 : 1999년 6월 27일
·체격 : 1m61㎝·48㎏
·종목 입문 : 7세
·페어 경력 : 2년
감강찬
·출생 : 1995년 5월 23일
·체격 : 1m72㎝·71㎏
·종목 입문 : 10세
·페어 경력 : 3년
149.72점(2017년 9월)
※북한 염대옥-김주식 조,
최고 점수 180.09점(2017년 9월)
김규은
·출생 : 1999년 6월 27일
·체격 : 1m61㎝·48㎏
·종목 입문 : 7세
·페어 경력 : 2년
감강찬
·출생 : 1995년 5월 23일
·체격 : 1m72㎝·71㎏
·종목 입문 : 10세
·페어 경력 : 3년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