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라이벌 열전 ④
멘털·테크닉 무섭게 성장한 이상호
경험 부족 약점, 평창서 극복 기대
체격 좋아 가속에 유리한 얀코프
민첩성 보완해 세계 1·2위 다퉈
2013년부터 팀 만들어 함께 훈련
당일 컨디션에 메달색 달라질 듯
운명은 얄궂다. 이상호가 새 역사를 쓰기 위해선 ‘절친’ 얀코프를 넘어야 한다. 이상호는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된 2013년 이후 줄곧 얀코프와 함께 훈련했다. 경기 정보는 물론, 소소한 일상까지 서로 챙기며 형제처럼 지낸다. 두 사람 외에 프랑스 실뱅 뒤푸르(36·세계 2위)까지 함께 훈련하는데, 세 사람은 3국의 국가명을 조합해 훈련팀에 ‘코브라(KOBRA)’라는 명칭도 붙였다.
얀코프의 강점은 체격과 적응력이다. 1m90㎝, 85㎏의 체격은 가속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민첩성과 테크닉은 맞춤형 장비로 보완했다. 이상헌(43) 스노보드 대표팀 감독은 “얀코프는 한동안 백사이드 턴(backside turn·보드 뒷부분을 활용하는 회전기술)에 약점이 있었는데, 궁합이 맞는 장비를 찾아 해결했다”고 전했다. 약점을 보완한 뒤 얀코프의 성적은 수직으로 상승했다. 2015~16시즌 55위였다가 2016~17시즌 1위로 치고 올라갔다. 올 시즌도 최상위권(2위)이다.
이상호는 “합동훈련 초창기에 서로 ‘한 번만이라도 포디움(4위 이내)에 오르면 소원이 없겠다’고 속내를 나눈 적이 있다”며 “톱랭커로 성장한 라도를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상호는 멘털과 기술이 강점이다. 지난해 2월 테스트이벤트 때 방한했던 얀코프는 당시 “이상호는 다양한 매력을 가졌다. 평소엔 대범하고 낙천적이라 곰을 한 마리 보는 것 같은데, 슬로프에 오르면 무서운 집중력으로 최고 테크닉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상호의 약점은 국제대회 경험 부족이다. 시간이 해결책이다. 이상헌 감독은 “(이)상호나 얀코프처럼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정상급 선수들의 경기력은 종이 한 장 차다. 경기 당일 컨디션과 슬로프 상태 같은 작은 변수에 따라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만큼, 세밀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