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탕·냉탕 오갔던 회담장
이 “회담 확 드러내놓자” 허 찌르자
조명균 “관행대로 비공개로 합시다”
조 “평창, 귀한 손님 덕에 평화 축제”
이 “온 겨레에 새해 첫 선물 드리자”
그는 또 “내려오면서 조 장관 선생한테 뭘 말할까 생각했는데, 제가 설에 조카를 만났는데 올해 벌써 대학에 간다는 것이다. 그 조카가 2000년 6월 출생”이라며 자연스럽게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을 꺼내들었다. 이어 “뒤돌아보면 6·15 시대 모든 것이 다 귀중하고, 생각해보면 참 아쉬운 시간이었다”며 “북남 당국이 이번 회담을 잘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온 겨레에 새해 첫 선물, 그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게 어떤가 하는 생각을 갖고 나왔다”고 말했다.
남북 양측은 수석대표 접촉 후 오찬은 따로 했다. 후반전 전략회의를 위한 일종의 작전타임 성격도 있었다. 남측은 평화의 집에 남아 오찬을 했고, 북한 대표단은 북측으로 넘어가 통일각에서 식사를 했다.
그 뒤 이어진 오후 회담 분위기는 오전과 기류가 달랐다. 북핵 등 예민한 현안이 나오면서다. 이 위원장은 남측 대표단이 비핵화 언급을 하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종결회의에서도 남측의 비핵화 대화 재개 입장에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핵무력 완성’을 전제로 대화에 나서겠다는 북한의 속셈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핵은 건드리자 말자는 것이다.
오전 회의에서도 ‘돌부처(조 장관) 대 다혈질(이 위원장)’로 알려진 남북 수석대표의 정반대 회담 스타일이 도드라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거침없는 성격의 이 위원장이 모두발언 말미에서 “회담을 확 드러내놓고 (공개로) 하는 게 어떻겠냐”는 깜짝 제의로 허를 찌르면서다. 이에 조 장관은 차분하게 “일리가 있지만, 통상 관례대로 비공개로 하고 필요하다면 중간에 공개회의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역제안을 했다.
이 위원장은 자못 아쉬운 듯 “명백한 건 우리 회담을 투명성 있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공개했으면 좋겠는데 귀측의 견해를 감안하겠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도 “그러면 비공개로 하다가 앞으로 필요하면 기자 선생들 다 불러서 우리 회담 상황을 알려드리고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며 끝까지 주도권을 노렸다.
이번 남북 회담의 대표단은 신구(新舊)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남북 관계가 기존의 ‘통-통 라인(통일부-통일전선부 라인)’이 아닌 통·평 라인을 통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판문점=공동취재단,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