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칼둔 “한국과 원전계약은 잘한 일, 교류 더 늘리자”

중앙일보

입력 2018.01.09 02:30

수정 2018.01.0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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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왼쪽)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국회 제공]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8일 방한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나눈 비공개 접견에서 “한국과의 원전계약은 대단히 잘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한 뒤 “원전 외 의료 등 분야까지 한국의 UAE 참여가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접견 참석자가 전했다. 칼둔 청장의 방한은 지난달 10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재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제를 예방한 지 한 달 만이다.
 
이날 국회 접견 참석자에 따르면, 칼둔 청장은 “2009년 원전계약을 계기로 UAE와 한국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이 관계가 변함없이 발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칼둔 청장은 특히 “한국의 의료 수준은 놀라울 정도”라며 “의료 등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로 실질적 협력 분야를 확대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8일 방한 칼둔 청장, 정세균 국회의장과 비공개 접견
“뭘 도와드릴까” 의장 물음에 “항공노선 늘려달라" 답해

임종석 비서실장 UAE 방문 의혹 실타래 풀리지 주목
하지만 배석 인사 “의장 접견 때 관련 언급 안 나와”

9일 문 대통령 예방해 양국관계 발전 논의 예상
칼둔 방한 기간 GS 등 국내 대기업 3곳 방문 예상

칼둔 청장은 또 “제가 무엇을 도와주길 원하느냐”는 정 의장의 물음에 “아부다비와 인천 간 항공노선을 더 늘렸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현재는 UAE 국적 항공사인 에티아드항공이 주 7회 운항을 하고 있다. 접견 배석자는 “칼둔 청장이 ‘UAE에 체류 중인 한국 주재원 등이 수천 명에 달한다’고 했다. 갈수록 늘고 있는 양국 교류 상황에 맞게 항공노선 증편이 필요하다는 뜻인 것 같다”고 전했다. UAE 측은 2008년 당시 이명박 정부가 UAE에 한국산 T-50 고등훈련기가 UAE의 차세대 훈련기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자 ‘아부다비-인천 간 항공노선 신설’을 역제안한 바 있다.


8일 방한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지난달 10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사 자격으로 UAE를 방문해 무함마드 왕세제를 예방했을 당시 배석했던 인물이다. 사진 붉은 원 안이 칼둔 청장. [사진 샤리카24시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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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둔 청장은 지난달 임 비서실장의 무함마드 왕세제 예방 당시 배석했던 인물이다. 또 2009년 한국이 수주한 원전 사업 발주처인 UAE 원자력공사 이사회(ENEC) 의장이기도 해 임 실장의 UAE 방문 의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풀 키맨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날 회동 후 김영수 국회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양국 관계 발전을 기원하는 의례적인 예방이었다”고 전했다. 임 실장의 UAE 방문 목적이나 이명박 정부 시절 양국이 맺은 비밀 군사 양해각서(MOU) 등과 관련된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UAE 파병 아크 부대와 관련해 정 의장이 “아크 부대 주둔과 관련해 국회가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랍에미비트(UAE)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앞줄 가운데)이 8일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국회를 떠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칼둔 청장은 이날 오후 3시쯤 삼엄한 경비 속에 여의도 국회 본관 1층에 도착했다. 아랍 전통 복장 대신 체크무늬 정장 차림으로 미소를 띤 채 차에서 내린 칼둔 청장은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에 다소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다. 칼둔 청장은 압둘라 사이프 알 누아이미 주한 UAE 대사 등 일행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국회의장 접견실로 향해 정 의장을 비롯한 국회 관계자들과 약 30여분 간 대화를 나눴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칼둔 청장은 1박 2일의 방한 기간 한국 대기업 3곳의 방문 일정이 있다. 실제 칼둔 청장은 이날 국회 방문 전 서울 강남 GS타워를 찾아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면담했다고 한다. GS그룹은 UAE에서 원유 도입, 유전 개발, 플랜트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칼둔 청장의 방한 기간 임 비서실장의 UAE 방문 의혹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방한 일정과 동선이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고 이번 의혹 자체가 민감한 외교 사안이란 점에서 속 시원히 해소되긴 어려울 거란 관측도 많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칼둔 청장은 9일 임 비서실장을 면담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어 문 대통령도 만날 가능성이 있다. 이 자리에서 왕세제 친서를 전달하며 양국 간 발전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형구ㆍ하준호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