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종전에 은행의 고액 자산가 고객만 누리던 혜택을 묘사한 장면이다. 이제 동네 은행 복합점포에 가보자. 돈을 맡기거나 찾고, 예·적금을 들고, 대출을 신청하던 예전 지점의 모습이 아니다. 복합 점포는 은행과 증권·보험 등 서로 다른 업종이 한 점포에 함께 입주해 상품을 팔고 금융서비스 제공하는 곳이다.
입출금 위주 단순업무 지점은 퇴출
14개 은행, 1년 새 300곳 줄여
종합 자산관리 해주는 복합점포
4대 은행, 작년 32개 늘려 128개
다양한 금융상품 선택 가능해져
기존의 은행 영업점에 증권 회사가 입주하는 방식의 복합 점포가 많았지만, 올해부터는 보험사도 함께 영업할 수 있다. 선택의 폭은 더 넓어졌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자산 3억원 이상인 고객이 이용할 수 있었던 PWM센터는 문턱이 높았지만, 복합 점포로 꾸민 PWM 라운지의 경우 웬만한 고객도 은행 업무를 보고, 주식 투자를 포함한 자산관리와 관련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칸막이를 없애기 위해 당국이 2014년 복합 점포를 허용한 뒤 그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 96개였던 4대 은행의 복합 점포는 지난해 말 128개로 늘었다. 우리은행은 삼성증권과 제휴해 7개의 복합 점포를 운영한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에만 26개의 복합점포를 신설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사 직원이 한 팀을 꾸려 자산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주는 공동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4개 은행의 지점 수는 2015년 6091개에서 지난해(9월 기준) 5644개로 줄었다. 이 기간에 은행원 수도 11만718명에서 10만4288명으로 감소했다.
한때 은행의 지점 수는 경쟁력의 동의어였다. 하지만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은행 판매 채널이 온라인 등을 통한 비대면 거래로 빠르게 이동했다. ‘지점 수=수익’이라는 등식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된 이유다.
은행권에 따르면 2016년 39조7440억원이었던 비대면 거래(여·수신) 잔액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42조5367억으로 늘었다.
박진희 씨티은행장은 “전통적 지점 거래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5%대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지방의 어떤 지점은 하루에 번호표가 600개 뽑히는데 서울 강남 지점에는 하루에 50명의 고객만 온다”며 “지점을 줄이는 대신 중심 점포 위주로 영업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은행이 예대마진 중심으로 이익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복합점포에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익 확대를 추구한다”라고 말했다. 복합 점포를 통해 기존 지점에 증권이나 보험사 등을 통합해 운영하면서 지점 운영 비용을 줄이는 효율화도 꾀할 수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복합 점포 같은 진화한 점포에서 자산가 고객만이 아닌 일반 고객이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받는 시대로 빠르게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