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는 세계 선사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주요 유적 중 하나다. 사냥과 채집이 주업이던 선사시대의 세계관·자연관·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높이 4m, 너비 10m(주변 작은 바위 포함 약 20m) 크기의 절벽 암반에 여러 가지 동물 모양을 그려 넣었다.
울산대 연구소, 총 353점 최종 확인
오랜 풍화 과정으로 형태 미상 많아
세계유산 등재 위한 정본 도면 완성
반구대 암각화는 사냥미술인 동시에 종교미술이다. 호랑이·멧돼지·사슴 등 동물은 물론 무당·사냥꾼·어부 등이 묘사됐다. 가장 대표적인 동물은 고래다. 90㎝ 크기의 고래부터 5㎝ 남짓의 사슴까지 다양한 동물이 등장한다. 신석기 후기부터 청동기시대까지 수천 년간 울산만 해안 및 태화강변 구릉지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슬라이드 사진처럼 보여준다. 말하자면 거대 선사박물관인 셈이다.
새로 확인된 그림들의 주인공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대부분 형태 미상, 혹은 형태 불명이다. 오랜 풍화·침식 작용에 의해 바위 표면이 떨어져 나가거나 최근 수십년 간 침수와 건조 과정이 반복되면서 암석이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 전호태 소장은 “반구대 암각화는 수천년 동안 진행된 암각 활동의 결과”라며 “처음 그림 위에 또 다른 그림을 새기는 등 형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이번에 일일이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울산대 연구소 측은 그림 353점에 일련 번호를 붙였다. 향후 학술 연구의 밑자료로 활용할 뜻에서다. 전 소장은 “반구대 현장사진, 암각화 세부 사진 및 유적 전체를 보여주는 항공사진도 실었다”며 “한국이 세계 선사미술 연구의 새로운 거점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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