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둔은 UAE를 이루는 7개 토후국 중 핵심인 아부다비의 ‘실력자’다. 인재풀이 적은 아부다비의 특성상 공직과 다양한 공기업 임원을 동시에 맡고 있는 고위공직자이자 기업인이다.
내주 한국 오는 칼둔 UAE 행정청장
UAE 이루는 7개 토후국 중 핵심
아부다비 무함마드 왕세제 오른팔
맨시티 구단주 만수르 왕자도 신임
CEO로 있는 투자사 134조 자금으로
원자력·항공·반도체 미래기술 투자
21세기 중동 간판 국가 도약 꿈꾸는
‘아부다비 드림’실무 이끄는 책임자
칼둔은 이미 10년 전인 2008년 9월 뉴욕타임스로부터 “UAE 비왕족 출신 중에서 왕실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당시 무함마드 왕세제의 동복동생인 만수르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맨체스터시티FC를 구입해 구단주가 되면서 칼둔은 이 축구팀의 회장을 맡았다. 칼둔은 만수르의 개인 투자회사인 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ADUG)의 이사도 맡고 있다.
칼둔은 산업계와 아부다비·UAE 정부에서 쌓은 풍부한 실무경험 덕분에 고도의 전략적 리더십을 갖추고 모하마드 왕세제를 정책적으로 보좌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칼둔이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ENEC은 아부다비 석유공사(ADNOC)와 더불어 UAE의 에너지를 책임진다. 향후 이 나라 전체 에너지의 25%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칼둔은 아부다비 경제개발위원장, 아부다비 교육위원 같은 공직에 퍼스트걸프은행, 알다르 부동산 같은 아부다비 공기업, 그리고 무바달라 등이 투자한 페라리의 이사도 맡고 있다. 경제학과 금융을 전공하며 미국 터프츠대를 마치고 부동산과 건설업계 근무하다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 영업이사로 발탁됐다. 부친 칼리파는 프랑스 주재 대사를 지냈는데 1984년 팔레스타인 과격단체인 아부니달 그룹에 피살됐다. 고위 공직자 유자녀이고 테러 희생자 가족인 셈이다.
UAE를 구성하는 7개의 토후국 중 아부다비는 두바이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졌다. 하지만 사실은 화려한 두바이보다 내실 있는 아부다비가 아랍에미리트를 이끌고 있다. 1976년 설립된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파이낸셜 타임스(FT) 추정 약 9000억 달러(8750억 달러~1조 달러로 추정액이 다양하다)의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다. 석유로 번 돈을 투자해서 불린다.
아부다비는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고도 기술국가로 도약하는 꿈을 꾸어왔다. 아부다비의 에미르이자 UAE의 대통령인 2004년 즉위 이래 2014년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첨단기술 확보에 필사적이었다. 그 핵심은 칼둔이 CEO로 있는 아부다비 투자회사 무바달라다. FT 보도에 따르면 무바달라는 지난해 세계적인 원전 건설사인 GE와 공동으로 아부다비에 80억 달러 규모의 합작법인을 세웠다. 칼리파가 한국과 손잡고 원전을 건설하는 것은 ‘원전 기술 확보와 에너지 산업 진흥, 청정 도시 건설’이라는 큰 그림의 일부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전 도입의 최종 목표는 결국 아부다비의 미래 기술국가 도약이라는 이야기다. 아부다비의 꿈은 크고 구체적이다.
아부다비는 그린과 에너지 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고부가 하이테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심지어 우주항공 분야에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무바달라는 이미 에어버스 여객기를 만드는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와 계약을 맺고 일부 항공기 부품을 아부다비에서 제조하는 계약을 맺었다. 아부다비에서 현지 젊은 기술자들의 손으로 항공기 부품을 개발하고 제조하겠다는 의지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위스 항공업체들에 대한 지분도 투자해왔다. 아부다비는 심지어 반도체 분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바달라는 설립 목적부터 독특하다. 벤처 투자, 인수합병 등을 통해 아부다비 경제를 다양화하는 것을 돕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부다비가 앞으로 어떤 나라로 가려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최첨단 기술을 확보해 단숨에 고부가 하이테크 산업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꿈이다. 이런 꿈을 이루는 거대한 작업의 실무를 맡은 인물이 칼둔이다. 칼둔이 한국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보일지 궁금해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