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을 대신해 1위에 오른 기업은 삼성전자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1992년 이래로 인텔이 독점해온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지난해 삼성전자가 차지했다는 내용의 예비 조사 결과를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한 지 34년 만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2017년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52.6% 성장한 612억 달러(약 65조원·점유율 14.6%)를 기록했다. 반면 인텔은 같은 기간 6.7% 성장하는 데 그쳐 577억 달러(13.8%)로 삼성에 못 미쳤다. SK하이닉스도 처음으로 3위에 오른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SK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79% 증가한 283억 달러(점유율 6.3%)로 미국 퀄컴과 브로드컴을 제쳤다.
스마트폰·빅데이터 혁명이 촉발한 메모리 초호황이 반도체 기업 순위를 바꿨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수요는 64%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전체 반도체 시간은 전년보다 22% 늘어난 4197억 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전으로 한국의 반도체 수출도 지난해 단일 품목으론 처음으로 100조 원대를 돌파했다. 앤드루 노우드 가트너 부사장은 “메모리 시장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고, 그중 D램과 낸드플래시 판매가는 지난 한 해 동안 공급 부족 사태에 힘입어 각각 44%와 17%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