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는 추운 겨울바람이 한파를 몰고 온 가운데 북미와 유럽에서도 겨울 폭풍이 닥치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새해 벽두 북반구 곳곳 ‘바람’ 몸살
북미·유럽 폭풍은 제트기류 남하 탓
북극 한기 덩달아 내려와 한파 덮쳐
프랑스, 시속 117㎞ 강풍 날벼락
동남아 잦은 태풍은 라니냐 영향
미국에선 나이아가라 폭포를 꽁꽁 얼린 살인적인 한파가 동부연안을 강타하고 있다. 100년 만의 강추위다. 매사추세츠주에서는 바닷물이 얼면서 동사한 상어가 발견됐다. 물을 부으면 곧바로 얼어버릴 정도다. 이번 한파로 미 전역에서 최소 12명이 사망했는데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뉴욕·뉴저지·코네티컷 3개 주(州)에 폭설과 강풍 경보를 발령했다. 대서양 건너편에선 프랑스에서만 20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고, 시속 117㎞가 넘는 강풍 탓에 파리에서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었다.
극지연구소 김백민 박사는 “지구온난화 추세로 인해 북극 지방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북극진동 지수가 음의 값을 나타내고 있고, 이로 인해 극지방을 감싸고 도는 극와류가 약해졌다”고 말했다.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 AO)은 극지방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를 나타내는 값이다. 기압 차이가 평소보다 커지면 양(+)의 값을, 기압 차이가 평소보다 작아지면 음(-) 값을 지닌다. 북극진동 값이 음의 값, 즉 기압 차이가 줄면 극지방을 감싸고 도는 극와류, 즉 제트 기류가 약해진다.
한반도 주변에서는 우랄산맥과 베링 해 부근에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서 그 사이로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처진 것이 한파로 이어졌다. 미국의 경우 제트기류가 베링 해 부근 고기압 북쪽에서 그린란드 부근 고기압 남쪽으로 흐르면서 북극 한기를 동부에 쏟아붓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선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와 충돌하면서 ‘폭탄 사이클론(bomb cyclone)’까지 발생했다.
동남아에서 태풍이 빈발한 것과 관련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강남영 박사는 “단기적으로 북서 태평양 지역에 대류 활동이 활발한 탓에 태풍이 자주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겨울 발생한 라니냐의 영향으로 보기도 한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 온도가 낮아지지만, 북서 태평양의 경우 해수 온도가 평소보다 더 높아져 태풍이 발생하기 좋은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은 라니냐와는 반대 현상이다. 엘니뇨에서 라니냐로, 다시 엘니뇨로 바뀌는 현상을 남방진동(Southern Oscillation, SO) 혹은 엘니뇨-라니냐-남방진동(ENSO)이라고 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뉴욕=심재우 특파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