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김 대법원장 등을 비밀침해, 직권남용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자유한국당 사법개혁추진단(단장 주광덕 의원)은 이른바 ‘김명수 방지법’이라고 이름 붙인 입법 계획까지 세웠다. 사법개혁추진단은 문재인 정부와 김 대법원장이 주도하는 사법개혁 등을 감시하기 위해 지난달 16일 구성됐다.
무단 압수수색 ‘벌칙조항’ 신설 추진
친고죄인 비밀침해, 예외규정 두기로
수사나선 검찰, 서약 여부 등 주목
"대법원장이 나서 타개책 제시해야"
앞서 ‘판사 뒷조사 문건’ 의혹을 조사 중인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는 법원의 영장은 물론 법관의 동의도 없이 해당 판사들이 사용한 업무용 컴퓨터를 무단 개봉ㆍ열람해 논란이 됐다.
또 공무 관련 기록물(하드디스크 포함)에 대한 압수수색 요건을 강화하는 개정안도 준비 중이다. 형사소송법(111조)을 개정해 공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별도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는 게 골자다. 더불어 비밀침해죄(형법 제318조)는 고소가 있어야 기소가 가능한 친고죄인데, 불법적인 방법으로 PC 등을 강제 개봉했을 경우 등에 한해 예외 규정을 두는 개정안도 내기로 했다.
물론 입법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여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데다 형법과 같은 기본법의 경우 함부로 예외 규정을 둬선 안 된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김명수 사법부’에 대해 정치권의 공세가 시작됐다는 점은 사법부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관련 판례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이 됐다. 2006년 한 컴퓨터 개발 업체 대표가 직원이 회사 비밀을 빼돌린다는 얘기를 듣고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떼어내 살펴본 일이 있었다. 결국 대표이사가 비밀침해죄로 기소됐는데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직원이 입사할 때 ‘컴퓨터 내 모든 자료는 회사 소유’라는 약정서를 썼다는 것 등이 근거가 됐다. 그런 상황이 없다면 회사가 직원 컴퓨터를 함부로 열어볼 수는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결 취지다.
사법부 내부 상황도 김 대법원장에겐 부담이다. 지난해 3월 ‘판사 뒷조사 문건’ 의혹이 제기된 후 1년 가까이 논란이 계속되는데다, 최근 법원 내부 게시판에는 ‘PC 강제 개봉’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김 대법원장이 밝힌 ‘좋은 재판’을 모토로 한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선 내부 갈등부터 봉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법원장이 취임 후 추진 중인 전관예우 근절, 법관인사 개편 등은 대부분 국회 입법을 통해 처리해야 하는 과제들이다. 이를 위해서도 야당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데, 지금은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는 양상이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과거 전례를 봐도 법원 이슈가 정치 쟁점화되면 좋을 게 없다”며 “김 대법원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내외부 상황에 대한 타개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