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점점 더 무너지는 남녀 경계
패션위크는 반년을 앞서 트렌드를 선보이는 무대다. 가장 많은 브랜드가 참여하는 레디투웨어 컬렉션의 경우 남성복은 1·2월과 6·7월, 여성복은 2·3월과 9·10월에 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2018년엔 캘린더가 달라진다. 남녀를 따로 나누지 않는 통합 컬렉션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발렌시아가는 2018년 1월 남성복 파리 패션위크에 따로 참가하지 않는 대신 3월 통합 컬렉션을 연다고 밝혔다. 이미 2017년 6월 남녀 컬렉션을 합친 베트멍에 이은 결정이다. 두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동시에 맡은 뎀나 바잘리아의 부담을 줄이려는 게 가장 큰 이유. 이런 사정이 없는 다른 브랜드 역시 통합에 하나둘씩 동참하는 분위기다. 몽클레르·코치가 내년 2월 패션위크에서 남녀를 나누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고, 구찌·버버리·보테가베네타 등은 이들보다 먼저 장벽을 허물었다.
이런 추세가 단지 몇몇 브랜드들의 '반기'로 그치지 않을 거라는 신호가 있다. 원래 남녀 구분이 없다가 2015년 7월 남녀 컬렉션을 나눈 뉴욕패션위크는 불과 3년도 안 돼 입장을 바꿨다. 내년 2월부터 통합 컬렉션으로 선회한다. 주요 브랜드를 내세워 흥행몰이를 해야하는 입장에서 달라진 분위기를 발 빠르게 반영한 셈이다. 컬렉션 통합 이유엔 이견이 없다. 남성복과 여성복, 프리폴(pre-fall), 크루즈까지 1년에 최소 6회 이상 준비하는 패션쇼가 소모적이라는 주장이다.
미리 보는 올해 패션업계 4대 포인트
크리스토퍼 베일리 없는 버버리와 피비 파일로 없는 셀린느를 상상할 수 있을까. 각각 17년과 10년이란 긴 기간동안 브랜드를 이끌었던 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내년 초 잇따라 브랜드를 떠난다. 베일리는 2018년 2월 컬렉션이 마지막 무대. 선데이 타임스(더 타임스 일요판)는 '베일리가 이미 런던 집을 처분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파일로는 2016년부터 여러 번 사임설이 돌았지만 셀린느가 속한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이 "1월 브랜드를 떠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 모두 브랜드의 간판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베일리는 버버리의 개혁가였다. '천재 디자이너'라는 평을 들으며 불과 나이 서른에 브랜드에 스카우트 된 그는 '버버리 프로섬'이라는 컬렉션 라인을 선보이며 아저씨 전유물이던 트렌치 코트의 이미지를 싹 바꿔놨다. 2014년에는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외 최고 경영자까지 중임을 맡아왔다.
③메건 마클은 누구 드레스 입을까
미국 출신 흑백 혼혈 배우 메건 마클은 영국 왕실에 새롭게 등장한 패션 아이콘이다. 2018년 5월 19일 해리 왕자와의 결혼식을 앞둔 지금 세간의 관심은 웨딩 드레스에 쏠려 있다. 전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로열 웨딩에서 브랜드가 노출되는 것보다 나은 광고판은 없을 터. 과연 그 행운이 누구에게 갈까.
그럼에도 실제 결혼식에서 어떤 드레스를 입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 국적에 캐나다 브랜드를 애호하는 마클의 취향이 최대 변수다. 메건은 2016년 한 패션지와의 인터뷰에서 웨딩드레스에 대한 속내를 밝힌 적이 있다. "극 중에서는 단순하고 클래식한 드레스를 택했지만(미국드라마 '더 슈츠'에 결혼식 장면이 있음), 개인적으로는 독특하면서도 로맨틱한 디자인을 선호한다"고 했다.
④구찌가 카피 논란에 대처하는 법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까. 2017년 5월 '카피 논란'에 휩싸였던 구찌의 이야기다. 2018 크루즈 컬렉션에서 구찌는 미국 뉴욕 할렘 디자이너 대퍼 댄(Daper Dan)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비난을 들었다. 로고가 박힌 부풀린 소매의 밍크 재킷이 바로 댄이 1980년대 제작한 옷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과거 그는 명품 로고가 들어간 짝퉁 원단으로 옷을 만들어 명성을 얻은 ‘카피의 아이콘’이었고, 논란에 대해 구찌의 크리에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오마주였다”고 문제가 불거진 뒤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