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하루는 공유 자전거로 시작했다.
“다 돼?” 문 대통령 감탄한 모바일 결제 체험기
다음은 공유 자동차. 2015년 베이징에서 창업한 공유 전기자동차 업체 이두융처(一度用車) 앱을 켜 빌릴 차량을 선택했다. 차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현대차 합작사인 베이징차가 만든 전기차 EV160 콘솔 박스에 놓여 있는 키를 꽂고 목적지로 향했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신문 가판대가 보였다. 시사 주간지 남방주말 신년호가 눈에 띄어 골라 들었다. 가판대 위 A4 용지에 인쇄된 텅쉰(騰訊·텐센트)의 모바일 지불 서비스 웨이신즈푸(微信支付) QR코드를 스캔한 뒤 5위안(820원)을 결제했다.
종업원에게 문 대통령 메뉴를 확인해 똑같이 시켰다. 명세표에 적힌 액수는 45.5위안(7462원). 즈푸바오로 QR코드를 스캔한 뒤 액수를 찍고 결제했다.
점심 약속 장소인 왕징(望京)까지는 중국판 우버인 디디다처(滴滴打車)를 이용했다. 앱에서 목적지를 입력하고 차를 부르자 3분 만에 도착한 좐처(專車·고급 콜택시)는 30여 분 뒤 식당에 도착했다. 요금 83.86위안(1만3753원)은 연동시켜 놓은 웨이신즈푸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갔다.
식사 후 코리아타운의 재래시장 왕징제다오(望京街道) 종합 야채 시장을 찾았다. 학교 운동장 넓이의 시장 곳곳엔 현금을 꺼내는 손님보다 매대 기둥을 도배한 QR코드를 스캔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한 야채 가게에서 말린 고추와 더덕 33위안(5412원)어치를 역시 즈푸바오로 계산했다.
귀갓길엔 지하철을 탔다. 왕징역에서 스마트폰으로 이퉁싱(易通行) 앱을 내려받아 결제 후 탑승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집 근처 역까지 요금은 4위안(656원). 앱에 생성된 QR코드를 개찰구에 갖다 대니 자동으로 차단문이 열렸다.
하루 동안 총 299.96위안(4만9196원)을 썼지만 지갑은 한 번도 열 필요가 없었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폭발적 성장세다.
2016년 35조 위안(약 5795조원)이었던 중국의 모바일 결제 총액은 2019년 약 296조 위안(4경8547조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지난봄 “항저우(杭州)에서 강도가 편의점 3곳을 털었지만 1800위안(약 30만원)밖에 못 건졌다”고 할 정도로 현금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국은 이제 중국을 뒤쫓는 처지다.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래텀의 조상래 대표는 “중국은 신용카드 시장이 높은 문턱으로 초기에 성장을 멈춘 뒤 바로 모바일 결제로 직행한 경우”라며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일지 모르지만 모바일에서 후진적인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선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