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집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는 여성. 아동 4명 중 1명은 빈곤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노동 시장 진입이 어려운 여성이 가구주인 경우엔 아이가 오랫동안 빈곤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중앙포토]
국내 18세 미만 아동 4명 중 1명은 빈곤을 경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구주가 여성이거나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다면 아이도 오랫동안 가난을 겪는 비율이 크게 뛰었다. 또한 어린 시절의 빈곤은 성인이 된 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가 많았다. 김태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3일 통계청ㆍ한국복지패널 자료(2006~2016년)를 분석한 ‘아동 빈곤의 특성과 청년기의 영향’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사연서 2006~2016년 아동 빈곤 분석
10년 중 1년 이상 가난 겪은 아동 25.8%
여성 가구주면 남성보다 '장기 빈곤' 8배
소득 불안정한 무직과 일용직도 빈곤 키워
어릴 때 가난한 청년, 학력 낮고 고용 불안
"여성에 일자리 제공, 꾸준한 개입도 중요"
아동 빈곤 가구의 가구주가 가지는 특성. 상대적으로 여성과 일용직, 무직일 경우 오래 가난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자료 보건사회연구원]
가구주의 노동시장 참여 유형도 아동 빈곤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가난한 가구의 가구주는 일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31.9%)이거나 일용직(23.4%)인 경우가 많았다. 여기엔 일용직이나 계약직, 무직으로 내몰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여성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상용직은 빈곤을 겪지 않는 비율이 87.6%로 훨신 높았다. 김 연구위원은 "아동 빈곤 가구는 낮은 소득뿐 아니라 불안정한 거주 환경과 주거 빈곤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어릴 때 가난을 겪은 청년은 고졸 이하인 경우가 절반을 넘는다. [자료 보건사회연구원]
비경제활동인구가 된 이유도 갈라졌다. 비빈곤층 청년들은 학업 중이거나 진학·취업 준비 등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경우가 많았다. 빈곤 경험층에선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했거나 일할 의사가 없는 청년이 상당수였다. 김 연구위원은 "아동 빈곤 문제를 단발성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아동 빈곤은 특히 모자 가정이나 조손 가정에서 두드러졌다. [중앙포토]
빈곤 아동이 청년이 되어서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사전 예방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김 연구위원은 “초ㆍ중ㆍ고교 시기부터 빈곤 아동에 대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보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아동 적성에 맞춰 마이스터고 등 성인이 돼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