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석 DMS 대표는 지난해 말 경기도 용인 본사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 인재들이 따로 창업한다면 몰라도 DMS의 디스플레이 세정 장비 제작 기술은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업계가 추산하는 DMS의 지난해 말 습식·세정 장비 세계 시장점유율은 45% 수준이다.
디스플레이 장비 세계 1위 DMS
매출액 90% 중국 기업에서 벌어
앞으로 고민은 중국발 공급 과잉
기술 격차 더 벌리고 신사업 추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디스플레이 시장 침체도 이어졌다. 지난 2012년부터 3년 동안 반 토막 난 매출로 버틸 때는 DMS 내부에서도 “이러다 회사가 망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다.
위기 극복의 발판은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였다. 2005년부터 진출한 중국 시장은 인건비·법인세·물류비용 등 모든 면에서 ‘기회의 땅’이 됐다. 박 대표는 “한국 젊은이들은 소변 보기도 불편한 방진복을 입고 공장에서 일하라 하면 나가버리기 일쑤”라며 “중국에선 전문 엔지니어 2000명을 한국보다 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수민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2014년에는 설비 대부분을 중국으로 옮겨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며 “2015년부터 당기순이익 적자 구조가 흑자로 바뀌면서 빚 부담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DMS의 지난 2016년 말 당기순이익은 361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고 부채비율도 103.7%로 50.7%포인트 감소했다.
사그라들던 DMS는 중국 덕분에 살아났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회사의 미래를 불안케 하는 요인도 중국이다. 박 대표는 중국 기업의 무차별적인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은 올해부터 더욱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삼성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이 공급량을 조절해도 중국 기업이 부추긴 ‘공급 과잉’은 통제 불능이기 때문이다. 공급이 늘어 가격이 떨어지면 공장 증설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소형 풍력발전기, 태양광 장비, 야간투시경용 영상증폭관, 반도체 제조 장비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도전했던 것도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그러나 정부 규제와 경쟁사와의 가격 경쟁, 미성숙한 시장 상황 등으로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키우진 못했다.
박 대표는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 기술 격차를 압도적으로 벌려 경쟁사가 쫓아오기 힘들 정도로 만들겠다. 동시에 불황에 대비해 올해엔 헬스케어 등 새로운 사업 진출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MS
LG디스플레이 등에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를 납품하는 중견기업이다. 주요 품목은 패널 제작시 이물질을 없애주는 세정장비로 14년 연속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창업자인 박용석 대표는 본사에 개인 숙소를 둘만큼 현장 중시 경영을 강조한다.
3만 3360개
●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발표한 2016년 기준 국내 벤처기업 수. 이들은 전체 매출액과 종사자 수 등 외형은 더욱 커졌지만, 기업당 성장성과 수익성 증가폭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