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개막 38일 남기고 ‘평창 카드’ … 2인자 최용해 보낼까

중앙일보

입력 2018.01.02 01:22

수정 2018.01.02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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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앞서 깜짝 특사로 인천을 방문한 북한 최용해 노동당 비서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오른쪽)이 정홍원 당시 총리(왼쪽)와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과 관련,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평창 겨울올림픽은 개막까지 38일(2일 기준)일 남았다. 참가할 선수들의 명단을 최종 통보하는 엔트리 마감일은 29일이다. 김정은이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 있다”고 한 것도 시한이 촉박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이날 대표단의 성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당국’이라는 표현을 고려하면 선수단뿐만 아니라 이들을 이끌고 방한할 고위급 인사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땐
최용해·황병서·김양건 깜짝 특사
대남총책 김영철 파견하거나
김여정 보내는 파격 선보일 수도

현재로선 북한 선수단의 올림픽 참여는 쉽지 않지만 IOC를 비롯한 주변이 적극 나선다면 가능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선수단을 이끌고 대표단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일도 자연스러워진다. 그래서 김정은이 생각하고 있는 대표가 누구냐가 관심이다.
 
김정은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국면 전환 계기로 적극 활용해 왔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엔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 담당 비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용해 당 비서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등 측근 3인방을 깜짝 특사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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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대표단이 온다면 2인자로 위상을 굳힌 최용해가 낙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 북한 내 입지를 볼 때 최용해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며 “최용해가 온다면 남북관계에 상당한 진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용해는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직함을 달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도 대표단을 이끌고 방문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0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이 최용해에서 최휘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2인자 최용해에게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신임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휘와 함께 대남 관계를 총괄하는 당 통일전선부장인 김영철이 김정은의 평창 대표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의 이번 제안은 전형적 통일전선전술”이라며 “김영철을 보내 체육뿐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도모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신년사에서 평창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 든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을 평창에 보내는 파격을 보일 거라는 시각도 나온다. 손기웅 통일연구원장은 “백두혈통인 김여정을 보내 대내외에 자신의 존재를 확고히 과시하려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