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겨울올림픽은 개막까지 38일(2일 기준)일 남았다. 참가할 선수들의 명단을 최종 통보하는 엔트리 마감일은 29일이다. 김정은이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 있다”고 한 것도 시한이 촉박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이날 대표단의 성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당국’이라는 표현을 고려하면 선수단뿐만 아니라 이들을 이끌고 방한할 고위급 인사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땐
최용해·황병서·김양건 깜짝 특사
대남총책 김영철 파견하거나
김여정 보내는 파격 선보일 수도
김정은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국면 전환 계기로 적극 활용해 왔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엔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 담당 비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용해 당 비서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등 측근 3인방을 깜짝 특사로 보냈다.
이번에 대표단이 온다면 2인자로 위상을 굳힌 최용해가 낙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 북한 내 입지를 볼 때 최용해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며 “최용해가 온다면 남북관계에 상당한 진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용해는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직함을 달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도 대표단을 이끌고 방문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0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이 최용해에서 최휘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2인자 최용해에게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신임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휘와 함께 대남 관계를 총괄하는 당 통일전선부장인 김영철이 김정은의 평창 대표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의 이번 제안은 전형적 통일전선전술”이라며 “김영철을 보내 체육뿐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도모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신년사에서 평창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 든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을 평창에 보내는 파격을 보일 거라는 시각도 나온다. 손기웅 통일연구원장은 “백두혈통인 김여정을 보내 대내외에 자신의 존재를 확고히 과시하려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