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에 운집한 관광객들이 떠오르는 해를 보며 희망을 기원하고 여운을 만끽하고 있던 1일 오전 8시. 해돋이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오전 6시부터 두 시간 동안 해변에서 현장 점검을 마치고 복귀한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소방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소방차를 세워야 할 119안전센터가 ‘해돋이 관광객용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 강릉 경포119안전센터
현장점검 나갔던 소방차 진입 못해
일일이 연락해 차 빼는 데 40분
“자기들 집에 불 나야 정신 차리나”
서울 ‘하늘공원’ 근처도 난장판
1차로에 너도나도 대각선 주차
이런 사실은 당시 광경을 목격한 한 시민이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글쓴이는 “현장에 나갔다 돌아온 소방관들이 주차장처럼 세워진 차들을 보고 어이없어하고 있다. 소방차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주변 도로는 더 아수라장이 됐다”고 적었다. 이 글을 본 사람들은 “자기들 집에 불이 나 봐야 정신 차릴 텐데” “제 정신이 아닌 머리로 해가 뜨는 걸 봐선 뭐하나”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이후 관련 사진까지 덧붙여지면서 비난이 거세졌다.
목격자 등에 따르면 당시 센터 안에는 출동한 펌프차 1대와 구급차 1대 외에 다른 펌프차 1대가 더 있었다.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불법 주차된 차 탓에 이 펌프차의 출동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날 일부 시민의 행태는 지난해 12월 21일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복합상가 화재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하면서 공분을 샀다. 당시 불이 난 건물 근처 도로에 불법 주정차된 차들 때문에 진화와 구조 작업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화재 당시 소방차를 진입하게 하기 위해 주차된 차의 유리창을 깨고 차를 옮겼던 희생자 유족들은 “구조가 조금만 빨랐어도 가족을 살릴 수 있었다”며 오열했다.
박종국 시민안전센터 센터장은 “화재가 발생하면 1분, 1초의 초기 대응에 사람의 생명이 걸린 경우가 많다. 과태료 액수를 올리고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들 ‘나는 괜찮겠지. 별일 없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상암파출소 관계자는 “하늘공원 때문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발생한 일인데 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주정차는 지방자치단체에 단속 권한이 있어 경찰이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