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과 실업난 등 경제 관련 불만으로 시작됐지만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판하는 정치적 시위로 번지고 있다. 시위대 2명이 이란군의 총격에 맞아 숨졌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정부가 강경 대응을 예고해 사태 확산이 우려된다.
고물가와 실업난 반발해 제2도시서 시위 시작
테헤란 등 전국으로 번지며 3일째 계속
2009년 부정선거 시위 이후 첫 대규모 반정부 시위
"군 총격 2명 사망" 보도, 인터넷 차단 등 강경 대응
로하니 대통령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비난 목소리 거세
이 외에 이란 군부의 시리아와 레바논 개입을 비판하거나 부와 권력을 독점한 기득권층을 비난하는 구호도 등장했다. 일부 여성들은 히잡 의무 착용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중도ㆍ개혁 성향의 로하니 대통령을 비난하는 보수층과 낮은 생활 수준과 실업에 시달리는 서민층과 젊은 층, 최고지도자가 이끄는 신정일치 체제를 바꾸자는 개혁파 대학생층이 시위대에 섞여 있다. 30일 테헤란대에선 학생들이 통제 중심의 국가 통치 방식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교문을 닫고 최루탄을 쏘며 해산에 나섰다.
집회를 통제하는 이란에선 2009년 강경 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대학생 등이 부정선거라며 대규모 시위를 8개월간 벌였다. 정부가 강경 진압했던 이 시위 이후 시민의 집단행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위대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겨냥하자 이란의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거리에 나온 시위 참가자들은 (하메네이 관련) 구호를 외치지 말아야 하며, 공공 자산이나 차량에 불을 지르지 말아야 한다"며 “이를 계속하면 정부의 철권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들의 성격이 복잡하지만 공통적인 요구는 성직자 통치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BBC는 보도했다. 이란이 국외 문제가 아니라 국내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는 불만도 분출했다. 마슈하드 시위에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나 레바논이 아니라 내 삶은 이란에 있다”는 구호가 나왔다. 이란 정부는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부를 지지하고, 레바논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등 중동에서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와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란과의 핵협정 파기를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억압적인 정권은 영원히 지속할 수 없고, 이란 국민이 선택에 직면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적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