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은 위험 화기이기 때문에 서울 안으로 들어올 때 경찰 통제를 받고, 남아도 보관할 수 없다. 이날 새벽 경남 창녕 창고에서 배달된 화약 4000발을 배치하지 못하면 남는 것은 다시 돌려보내야 한다.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에서 펼쳐지는 2018년 새해맞이 불꽃놀이 시간은 555초, 채 10분이 안 되지만 준비는 몇 개월간 이어졌다.
지상 500m, 영하 9도 속에서 불꽃 1만5000발 설치
한 겨울 고층빌딩 불꽃놀이 조율은 극한 작업
31일 자정 카운트다운, 약 9분간 마법 선사할 것
특히 화약 반입이 시작된 27일부터 마지막 120시간은 기획자(롯데물산)와 설치자가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밤마다 화약이 딱 하나 터지고 모두 불발이 되는 악몽도 꾼다.
우선 최상단인 123층부터 1개층을 올라갈 때마다 강풍으로 체감온도가 3도씩 떨어지는 곳에서 작업은 더딜 수밖에 없다. 각 층에서 쏘아 올리는 불꽃이 한데 모여 거대한 꽃처럼 보이도록 화약을 정밀하게 배열해야 한다. 하나라도 불발이 되면 전체 흐름이 깨진다. 이날은 꽃의 암술과 수술 부분에 해당하는 반원 형태의 구조물에 화약을 매다는 작업을 진행했다. 불꽃이 부채꼴로 뻗어 나가도록 각도를 조절하고, 배선을 이어 지상 콘트롤 타워에서 조작이 가능하도록 하는 일까지 완료해야 한다. 화약 30발이 든 구두상자만한 구조물(랙) 한 개를 난간에 고정하는데 30~40분이 훌쩍 지나간다. 이런 구조물 하나가 터질 때마다 꽃잎 하나가 더해지는 것이다. 월드타워 상부에서 8000발, 석촌호수에서 터질 5000발, 옆 건물인 롯데월드몰 옥상에서 쏘는 2000발 등 1만5000발이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쇼가 완성될 예정이다. 여기에 레이저와 화려한 조명, 음악까지 한 치 어긋남 없도록 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이를 위해 BSB 소속 작업자 50명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5일 설치를 해도 31일 마감을 맞추기에 빠듯하다. 바람이 거세지거나 비라도 내리면 바로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 야외공간에서 작업하는 것도 부담이다. 지상 500m에서 작은 도구라도 하나 떨어지면 대형 사고가 된다. 이 때문에 작업 예상 구간의 바로 밑 도로 통행을 모두 막아야 한다.
롯데월드타워의 불꽃놀이는 전 세계 초고층 빌딩 중 가장 먼저 진행되는 신년 카운트다운 행사다. 사실 한국 겨울 날씨에 고층빌딩에서의 불꽃놀이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빌딩 최상단과 외벽 불꽃 설치가 한결 수월하다. 대만 타이베이 101빌딩과 두바이 부르즈할리파의 새해 불꽃놀이가 유명한 것도 따뜻한 날씨와 무관하지 않다.
해변이나 강가가 아닌 거주지 한가운데서 불꽃을 쏘아 올리는 것도 난제다. 화약을 많이 넣어 한 번에 크게 터지는 불꽃은 화려하고 오래 지속하지만 소리가 크고 연기도 많이 난다. 도심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엔 작은 불꽃을 동시에 여러 개 쏘아 하나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당연히 품이 더 들고 가격도 그만큼 비싸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