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의사들은 이것이 엉터리 정책이라고 거품을 문다. 마침내 행동에 나섰다. 추운 겨울 1만 명 이상의 인파가 길거리에 나섰다.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현재의 건강보험은 적용 가격(‘수가’)이 낮다. 둘째, 그나마 버텨 온 것은 ‘비급여’ 때문인데 이를 ‘급여’화한다면 수입이 줄 것이다. 셋째, 이를 보전하기 위해 수가를 높이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 이 모두 현재의 수가가 낮다는 의사들의 주장에서 출발한다.
문재인 케어 반대하는 의사들
격무와 낮은 수가에 불만 높아
의사 수 늘리고 서비스 높이면
국민들도 의료 지불 늘릴 것
우리나라의 전체 경상의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의 9분의 7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러한 의료비를 수입으로 받아가는 임상의사(한의사 포함) 및 임상간호사 수는 각각 OECD 평균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OECD 공식 통계다. OECD 평균의 3분의 2 인력이 평균의 9분의 7에 해당하는 돈을 배분해 간다. 의료인 개인이 가져가는 몫은 선진국의 모임인 OECD 평균보다 높은 것이다.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니 의사 중에는 몇 배 형편이 나은 사람도 있고, 훨씬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통계가 사실은 우리 의료제도의 거시적 특징을 가장 분명히 그려 준다. ‘대수의 법칙’.
의사들의 주장에도 정책 입안자들이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은 많다. 의사들이 격무에서 벗어나려면 의대 정원을 늘려서 의사 인력을 충분히 배출하고, 개인별 진찰 횟수를 줄이고 진찰시간을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진찰 수가가 올라야 의사 수입이 유지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국민이 더 많이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 지금의 보험료율 6%를, 프랑스나 독일처럼 15% 선은 아니더라도 10%인 일본에 근접하게 높여야 할지 모른다. 민영보험의 부담을 줄이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의사들도 문재인 케어가 지향하는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반대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선명성 경쟁으로 의사회 조직을 장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무리한 주장은 실리 면에서 회원의 이익에 반한다. 건강보험 보험료나 수가(상대가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라는 협의 기구를 통해 정해진다. 환산지수 인상률은 매년의 협상 절차를 거친다. 문재인 케어가 보험 혜택의 확대를 가시화하기 전에 보험료나 세금의 인상부터 요구하면 국민들도 수용하기 어려워진다.
일선에서 열심히 국민의 건강을 위해 격무를 감당하는 의료인들이 적절한 대가를 받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국민들 대부분도 의사 수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입을 위해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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