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방송사고에도 당일 tvN은 시청자들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았다. 그저 자막을 통해 '잠시 방송 상태가 고르지 못했습니다'라거나 '방송사 내부 사정으로 종료합니다'라는 고지와 함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는 얘기뿐이었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tvN은 이날 새벽 "계속되는 지연으로 시청자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했다"며 5문장짜리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25일 오후에는 2회 완성본을 다시 방송하며 사과의 뜻을 다시 전하겠으며, 시청자 몰입을 위해 중간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2회 완성본 방송 시간은 이날 오후 '6시 10분'이라고 못 박았다.
그렇게 시청자들은 25일 오후 6시 10분을 기다렸다. 하지만 오후 6시 10분 시작하겠다는 방송 역시 제때 시작하지 않았고, 7분 넘게 광고가 이어졌다. '사과 말씀을 전하겠다'며 시청자를 불러 모아놓고 10분 가까이 광고를 노출시킨 것이다. 2회 완성본은 결국 20분이 다 돼서야 방송됐다. 30대인 한 시청자는 "중간광고 안 한다더니 앞으로 광고를 몰아넣은 건가 싶을 정도로 광고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사과하고 제대로 방송하겠다던 시간에
7분 넘게 광고 틀며 시청자 우롱
2013년에도 방송사고 후 비슷한 해명
tvN의 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12월 tvN은 '응답하라 1994' 18화를 방송하던 도중 12분가량 자사의 프로그램 광고 등을 내보냈다. 당시 tvN은 사과문을 통해 "편집이 지연돼 테이프 입고가 예정된 방송시간보다 늦어졌다"며 "제작진의 열정과 욕심이 본의 아니게 방송사고라는 큰 실수로 이어졌다"고 해명했다. 이 해명은 이번 방송사고 후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하였지만 제작진의 열정과 욕심이 본의 아니게 방송사고라는 큰 실수로 이어졌다"는 사과문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tvN이 시청자와의 약속을 중요하게 여겼다면, 사과 방송이 나올 시간에 광고를 내보낼 수 있었을까. tvN이 시청자와의 약속을 무겁게 생각했다면, 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반복했을까. 이번 방송사고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솔직한 상황 설명과 사과 후 드라마 시작일 자체를 늦췄어야 했다. 그게 복귀작으로 '화유기'를 택한 연기자 등 모든 배우에 대한 예의며, 드라마를 기다린 시청자에 대한 존중이다.
결국 tvN은 방송 안정화를 위해 31일 방송 예정이던 '화유기' 4화 방송을 일주일 미뤄 다음 달 6일 방송하기로 했다. 드라마 제작 환경을 돌아보고 확실한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같은 일은 반복될 수 있다. 2013년 tvN은 "오늘 실수를 거울삼아 앞으로 더 완성도 높은 방송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고 후에는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작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비슷한 약속이지만, 이번만큼은 공수표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