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영화 속 줄거리 같지만 아니다. 현재 방송 중인 SBS 드라마 '의문의 일승'의 이야기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되는 '의문의 일승'은 MBC '저글리스'와 함께 월화극 1, 2위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SBS '피고인' 시작으로 '교도소' 예능도
'슬기로운 감빵'은 연일 최고 시청률 경신
교도소 속 생활 다루며 새로운 볼거리 제공
"범죄에 대한 미화 등 법의식 왜곡" 우려도
영화 단골 소재였던 '교도소'
그런데 유료채널의 약진으로 드라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중에게 소비되지 않았던 참신한 소재를 찾으려는 노력이 교도소를 TV로 불러들였다. 20부작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회당 제작비 6억원을 들여 세트를 짓고 교도소의 세밀한 부분까지 재현하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사극도 회당 제작비가 5억원 내외다. 특히 올해 초 SBS '피고인'처럼 주인공의 억울함과 탈옥(법적 용어로는 '도주')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처럼 교도소 내 여러 인물의 이야기, 이들의 생활에 초점을 맞추는 등 다루는 교도소 소재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미드(미국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다. 2005년 시작돼 '석호필' 신드롬을 낳았던 '프리즌 브레이크'가 주인공의 탈옥 장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2013년 넷플릭스가 제작해 방송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은 마약 운반 혐의로 교도소에 수용된 주인공과 다른 수용자들의 삶을 조명하며 교도소 내 우정·사랑·갈등을 다뤘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시즌1은 프라임타임 에미상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코미디 부문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을 받았다.
'탈옥' → '교도소' 자체에 대한 이야기
교도소라는 공간적 특징, 즉 제한된 공간에 여러 인물이 드나드는 곳이란 특성은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극의 몰입감과 긴장감을 높여준다. SBS '피고인'은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교도소에서 단서를 찾으며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밀도 높게 연출해 최고 시청률 28.3%를 기록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야구선수였던 주인공이 교도소에서 다양한 인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교통사고를 내 교도소에 들어온 인물을 통해 청년 세대의 아픔을 담는가하면, 회사의 부당한 요구에 수긍해 대신 거짓자백을 한 과장을 등장시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 행태를 꼬집는다.
한 프리랜서 드라마 PD는 "교도소라는 공간은 화면상 답답할 수 있다는 단점만 극복하면 극단적인 공간이면서 코믹한 공간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소재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악인을 처단하기 위한 전초기지가 되면서도 브로맨스로 로맨스를 대체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윤석진 대중문화평론가(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려 하는 대중문화의 특성이 일반인들은 경험하기 힘든 특별한 공간인 교도소를 불러들이고 있다"며 "다만 낯선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에서 넘어 범죄자를 미화하는 등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 의식을 왜곡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