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도로공사의 여자부 3라운드 경기. 관중석 한 켠에선 현대건설 외국인선수 엘리자베스 캠벨(24·미국)과 닮은 사람들이 열정적인 응원을 보냈다. 엘리자베스의 아버지 랜디, 어머니 칼라, 한 살 터울 남동생 프레드였다. 엘리자베스는 삼남매 중 둘째로 언니는 한국에 오지 못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살고 있는 캠밸 가족은 경기 전날인 22일 밤 한국에 도착했다. 칼라는 지난 9월에 이어 두 번째, 아버지와 남동생은 한국에 처음 왔다. 랜디는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했다. 2주 정도 머물다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 사람은 틈틈이 엘리자베스와 함께 한국을 둘러볼 계획이다. 대학생인 프레드는 "오늘은 비빔밥과 김치를 먹었다"며 미소지었다. 칼라는 "통역 (최)윤지가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아 지난번에도 매우 편하게 지냈다. 구단 배려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엘리자베스의 풀네임은 다니엘라 엘리자베스 캠벨(Dainela Elizabeth Campbell)이다. 그런데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엘리자베스를 '지'라고 부른다. 이유는 가족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랜디는 "고교와 대학 때 우리는 엘리자베스의 'Z'자를 따서 응원했다. 좋은 플레이를 하면 두 손을 모아 'Z'자를 그렸다"고 했다. 이날은 아버지와 남동생이 V리그에서 활약을 처음으로 보는 날이기도 했다. 포털 사이트 중계는 해외에서 시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레드는 "지인이 동영상을 코딩해 녹화된 경기를 본 적은 있다"고 말했다. 랜디는 "새벽 2시에 일어나서 경기 속보만 본다. 1점 올라갔네, 1점 줬네, 이 정도다"라며 웃었다.
외국인선수들에겐 가족의 방문이 큰 힘이 될 때가 많다. KGC인삼공사는 최근 고전하고 있는 알레나를 위해 남자친구 바로티(전 현대캐피탈)를 불러왔다. 도로공사 이바나도 남자친구가 방문한 동안 맹활약을 펼쳤고, 올해 안에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27일 김천에서 열리는 4라운드 첫 경기에서 다시 도로공사를 만난다. 엘리자베스가 가족의 힘을 받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수원=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