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
막스 모어 알코어 CEO는 “재단의 임무는 회원들에게 수명을 연장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머잖은 미래에 몸을 재활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 알코어생명연장재단 ‘영생 실험’
메이저리그 타격왕도 2002년 냉동
실리콘밸리 “500세 목표” 연구 한창
텔로미어 늘려 쥐 생체시계 되돌려
한국선 근육과 뇌기능 관계 연구
“단기엔 성과 못 내 국책사업 필요”
미국, 노화 따른 근육 감소 질병 분류
노화가 독자적인 연구 주제로 자리 잡은 건 2000년대 후반이다. 2009년 노벨 의학상이 세포 속 생체시계 ‘텔로미어’의 역할을 확인한 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 등 3명에게 돌아가면서 노화 연구는 혁명기를 맞았다. 염색체 끝단을 말하는 텔로미어는 운동화 끈 끝을 감싼 플라스틱처럼 세포 속 염색체 끝부분에 위치하는 유전자 조각이다.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이 일어날수록 짧아지는데 그 길이가 노화점보다 짧아지면 세포는 노화 세포에 접어들고 결국 죽는다.
생체시계를 되돌리는 회춘은 불가능한 걸까. 블랙번 교수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텔로머라아제 기능이 활발해져 텔로미어 길이가 줄어들지 않으면 세포 노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텔로머라아제는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막는 몸속 효소다. 암세포가 무한 증식할 수 있는 건 텔로머라아제 활성으로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세포노화·암세포 연구는 동전의 양면
국내에선 노화 연구가 두 갈래로 이뤄지고 있다. 노화 세포와 암세포다. 2008년 노화 연구단을 꾸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근육 노화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 노화에 따른 뇌 기능 저하를 설명하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근육에서 만들어지는 ‘카셉신 B’ 호르몬이 뇌의 인지기능을 좋게 만드는데, 노화로 인해 근육이 줄면서 이 호르몬 분비가 줄어 인지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텔로미어와 알츠하이머의 연관성을 연구하고 있는 고성호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텔로미어 길이가 일반인에 비해 짧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노화 관련 효소 hTERT를 통해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텔로머라아제의 특성을 활용해 암세포를 사멸하게 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정인권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교수는 “암세포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아제가 결합하지 못하게 만들어 암세포가 사멸하게 하는 새로운 항암제를 찾고 있다”며 “세포 노화와 암세포 연구는 동전의 서로 다른 면”이라고 말했다.
노화 연구에 뛰어든 IT 창업자들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2013년 노화 연구 바이오 기업 칼리코(Calico) 설립. 인간 수명을 500세로 연장하는 게 목표.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 창업자
1997년 자신의 이름을 딴 의학재단 설립. 3억3500만 달러 투자. “인간의 죽음은 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
2013년 노화 연구 바이오 기업 칼리코(Calico) 설립. 인간 수명을 500세로 연장하는 게 목표.
1997년 자신의 이름을 딴 의학재단 설립. 3억3500만 달러 투자. “인간의 죽음은 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
오라클 공동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1997년 자신의 이름을 딴 의학재단을 설립하고 노화 방지 연구에 3억3500만 달러(약 3600억원)를 지원했다.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은 센스 연구재단에서 수행하고 있는 수명 연장 연구를 지원하는 중이다. 실리콘 밸리의 노화 연구 바이오 기업은 속속 신설되는 중이다.
미·일 등선 국가 주도 노화연구소 운영
지난해 3월 생명과학자 크레이그 벤터는 ‘인간 장수(Human Longevity)’라고 이름 붙인 바이오 기업을 설립했다. 벤터는 “2020년까지 100세 이상 살아간 사람들을 포함해 100만 명의 유전자를 해독해 수명 연장 정보를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노화 연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노화 원인물질을 찾더라도 이를 임상시험에서 검증하는 데는 최소 10년에서 길게는 30~50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인간의 생애 주기가 80년 정도로 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생애 주기가 짧은 꼬마선충(3주)이나 생쥐(2년)가 노화 연구에 활용된다. 노화 연구가 단기간에 결과물을 내놓을 수 없기에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선 국가 주도로 노화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반면에 국내에선 노화만을 다루는 국책 연구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