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직이착륙 전투기 F-35B 도입 검토 … ‘전수방위’는 헌신짝?

중앙일보

입력 2017.12.26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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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F-35B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F-35B는 미 해병대가 운용 중인 F-35의 파생형으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방위성이 장래 해상자위대의 헬기탑재형 호위함에서 운용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단거리 이륙이 가능한 F-35B 전투기 도입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 개정하는 ‘방위계획대강(방위정책 기본지침)’에 넣을 계획”이라고 25일 보도했다.
 
현재 일본 자위대는 헬기탑재형 호위함을 모두 4척 보유하고 있다. 앞서 방위성은 상륙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호위함에 탑재할 수 있는 오스프리 수직 이착륙기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예산까지 책정해 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주변국에선 이들 호위함을 사실상 경항공모함으로 보고 있다.

“공격력 갖춘 F-35B 호위함 탑재 땐
자위용 최소 무력 보유에 어긋나”
중국 견제하기 위한 전력 증강인 듯

미 해병대의 F-35B 전투기가 작전을 위해 갑판에서 수직 이륙하고 있다. [사진 록히드마틴]

주로 수송 용도인 오스프리와 달리 공격 능력을 갖춘 F-35B 전투기 도입 구상은 일본 국내에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도쿄신문은 “F-35B를 호위함에 탑재하면 자위를 위한 최소한의 무력만 보유한다는 정부의 기존 견해와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같은 맥락에서 반대론자들은 전후 일본이 고수해 온 전수방위(專守防衛: 일본이 공격을 받은 경우에만 방어 차원의 반격) 원칙에 위배된다는 시각이다.
 
일본은 공군형 기종인 F-35A를 올해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42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일부 도입분을 F-35B로 돌리거나 별도로 미국에서 도입하는 안을 놓고 저울질 중이라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F-35B는 짧은 활주로는 물론 강습상륙함의 갑판에서도 이륙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장점을 적극 활용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활주로가 짧은 공항이 배치 장소로 검토되고 있다. F-15J 등 기존 전투기들이 이륙하기 위해선 최소 3000m의 활주로가 필요하지만 중국에서 가까운 미야코(宮古)·이시가키(石垣)·요나구니(與那國) 섬 등의 활주로 길이는 모두 2000m 수준이다.
 
이들 섬을 F-35B 기지로 이용하면 유사시 바로 대응할 수 있고, 작전반경도 훨씬 넓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도쿄신문은 “실제로 어떤 공항을 사용할지는 지역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F-35B를 함정에서 운용하면 거리에 대한 제약이 사실상 사라진다. 일각에서 F-35B 도입을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위한 전력 증강으로 보는 이유다.
 
해상자위대 호위함 중 가장 큰 이즈모급(2만6000t급) 경항모 배치가 유력시되고 있다. 이 경우 전투기가 이륙하기 편하게 스키점프대 모양의 활주로로 바꾸거나 고열에 견딜 수 있도록 갑판을 내열 처리해야 한다. 기존 함의 개조 대신 F-35B를 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강습상륙함을 건조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